[중소기업 경영전략] '꺾꽂이 전략'과 '도마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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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포기할 것인가.
구조조정단계에서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이 두가지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사업을 하다보면 상대적으로 부진한 파트가 나타나는데 이 부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이렇게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업계에서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른바 "꺾꽂이 전략"이다.
꺾꽂이 전략이란 부진한 사업부문을 매각도 포기도 아닌 제3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기법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부진한 사업부문을 없애는 방법을 "도마뱀 전략"이라고 했다.
꼬리에 해당하는 사업부문이 덫에 걸렸을 경우 과감히 잘라버리라는 전략이다.
잘라서 팔면 "매각"에 해당하고 잘라서 버리면 "포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꺾꽂이 전략은 도마뱀 전략과는 달리 잘라낸 부문을 흙에다 다시 꽂아두는 전략이다.
서울 도곡동 도원엔지니어링의 윤해균 대표는 지난해초 벤처기업공장을 턴키방식으로 지어주는 "EPC사업부"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 사업부는 거의 1년이 지나도록 단 1건의 주문도 제대로 얻어내지 못했다.
고민에 빠진 윤 대표는 이 부문을 매각해봤자 살 사람도 없다는 생각에서 과감히 포기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 부문이 지금 당장 수주를 받진 못했지만 수요자를 제대로 만나기만 하면 대박이 터질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고뇌를 거듭했다.
이때 그가 내린 판단이 바로 "꺾꽂이 전략"이었다.
벤처공장건설부문을 싹둑 잘라 벤처공장이 밀집해있는 대덕밸리에 심어보기로 한 것이다.
대신 도원엔지니어링과는 완전히 분리를 시켜 디테크라는 이름의 별도회사로 출발하게 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도원엔지니어링의 "가지"로 있을 땐 맥을 못추던 이 사업부가 대덕벤처밸리에 꺾꽂이하자 금새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디테크는 분리하자마자 대덕원자력 밸리에 2개의 첨단공장을 수주,착공을 했으며 올 하반기들어 2개공장을 더 수주해놓고 있다.
내년이면 디테크의 매출이 도원엔지니어링을 앞지를지도 모를 형편이 됐다.
이처럼 꺾꽂이 전략이란 부진한 사업부문을 다른 지역으로 분리 독립시켜 혼자서 살아나가도록 하는 전략이다.
꺾꽂이한 땅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말라죽게 내버려두는 그런 기법인 것이다.
이 경우 위기감에 빠진 "가지"는 생존을 위해 지금까지보다 2~3배의 노력을 더 하게 되고 경쟁력도 갖춰 끝내는 급성장 단계로 올라선다는 것이다.
페인트 생산업체인 DPI도 꺾꽂이 전략에 성공한 케이스다.
"노루표페인트"로 유명한 이 회사는 지난 57년간 이어온 거대도료기업인 대한페인트잉크를 구조조정하면서 꺾꽂이 전략을 썼다.
대부분의 도료업체들이 "매각"을 선택했으나 이 회사는 칼러강판용 도료부문은 DCC라는 회사로 독립시켰으며 선박용도료는 IPK로 분리시켰다.
자동차도료부문은 DAC로 집중시켰다.
이런 꺾꽂이 전략덕분에 DPI는 지난해 1백1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밖에 최상혁 ITB시스템 대표, 김현준 다린테크 대표, 서정원 대양바이오 대표, 김양수 청우이엔이 대표 등도 꺾꽂이 전략으로 급성장을 이뤄냈다.
그렇다면 이 꺾꽂이 전략은 기존의 분사방식의 구조조정 전략과는 어떻게 다른가.
분사란 기업을 두 개이상으로 나누는 것인 반면 "꺾꽂이"는 1개의 사업부를 소기업으로 분리시켜 자생력을 가지게 하는 것을 말한다.
꺾꽂이 전략을 펴는 가장 근본적인 발상은 작을수록 강하다는 "중소기업 메리트"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말해 유연성과 신축성이 높고 자금회수율이 빠르고 적은 인원으로 활동가능하고 틈새시장을 가진 그런 품목인 경우 꺾꽂이 전략이 최고라는 얘기다.
사실 반도체 생산은 삼성전자같은 대기업에서 맡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반도체 검사장비생산을 삼성전자의 한 사업본부에서 맡는다면 여지없이 밑진다.
금형사업도 마찬가지다.
각종 기계장비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그동안 여러차례 금형사업본부를 두곤 했다.
그러나 단 한군데도 성공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금형사업은 "작을수록 강한"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사업부문중 작을수록 강한 파트는 과감히 잘라서 다른 흙에다 꽂아야 한다.
그래야 싱싱하게 자생할 수 있다.
꺾꽂이 전략의 철칙은 아직까지 생기가 남아있을 때 잘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시들어버린 가지를 땅에 꽂아봤자 다시 싹이 돋아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미 시들었다고 판단될 땐 뭐니뭐니해도 "도마뱀 전략"이 가장 바람직하다.
자,이즈음 우리회사에서 부진한 사업부문은 없는가 다시 한번 점검해보자.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판단해보자.
"도마뱀"을 선택할 것인가.
"꺾꽂이"를 선택할 것인가.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