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미국 경쟁력의 원천..文輝昌 <서울대 교수.국제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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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 토크빌이 자국정부의 명을 받아 1831년 미국을 방문했다.
탄생한지 얼마 안된 나라가 어찌 그렇게 힘차게 발전하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미국을 돌아보면서 그는 특히 미국의 민주주의를 미국 발전의 원동력으로 파악했다.
당시 인구가 1천3백만명에 불과한 미국이었지만,토크빌은 이 나라가 1백년 이내에 세계 초강대국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예측은 정확히 맞았다.
오늘날 미국 발전의 원동력을 정치적인 면뿐 아니라 경제적인 면으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비즈니스가 왜 그렇게 존경 받고 있는가? 지난 20년 동안 유럽은 더 많은 인구를 갖고도 5백만명의 일자리 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는데,미국은 어떻게 3천만명이라는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가? 어찌하여 미국인들은 개인적 자유를 위해 경제적 평등을 희생할 수 있는가?
자본주의는 청교도정신에서 유래한다.
미국에 도착한 청교도들은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새로운 질서의 기준은 바로 경제적 성공이었다.
유럽에서의 부(富)가 주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것임에 반해,미국에서의 부는 당대에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유산으로 받은 부보다,만들어진 부가 더 자랑스럽다.
부를 많이 쌓았다는 것은 성공의 상징이고,부자는 이 부의 대부분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고,자기 자식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성공하기를 바라게 된다.
올바른 철학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가 발전한 것이다.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미국은 오늘날 유일한 초강대국이 됐다.
국내총생산을 기준으로 미국을 1백으로 했을 때 일본 35,독일 21,프랑스 15,영국 15,러시아 13에 불과하다.
군사비 지출을 보면 미국이 1백일 때 러시아 20,일본 15,프랑스 12,영국 11,독일 10이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다른 나라는 상대가 안된다.
미국은 새로운 도전과 유혹을 받고 있다.
작년 9·11 테러사태 이후 테러방지를 위한 미국의 활동이 매우 적극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미국의 전략목표는 미국 본토에서 다시는 테러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테러분자들이 다시는 미국 땅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 비자 영주권 시민권 받기가 매우 어려워졌고,미국 입국심사때 말을 조금 잘못하면 곤욕을 치른다고 한다.
미국 경쟁력의 원천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고 했는데,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미국의 열린 이민정책이다.
미국은 이민에 의해서 이루어진 나라이고,그 본질은 다양성이다.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사회를 어느 특정 계층이 지속적으로 지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당연히 여론과 법이 지배하는 민주주의가 발전하게 됐다.
또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도 어떤 특정계층을 위해 다른 사람들이 희생할 수 없으므로 시장기능,특히 경쟁에 의해 우열을 가르는 자본주의가 발전하게 됐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모두가 유럽에서 시작됐지만,미국에서 꽃을 피운 것은 바로 미국이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계속해서 열린 이민정책을 취해왔지만 9·11 테러사태 이후 이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사실 미국은 이민국가라는 사실을 가끔 망각하곤 했다.
1886년 미국 자유의 여신상 제막식 때 클리브랜드 미국 대통령의 연설은 미국과 프랑스의 우호관계와 미국의 이상주의만을 강조했지,미국이 이민에 의해 이루어진 나라라는 언급이 한마디도 없었다.
그러나 이 여신상 받침대에 조각된 글을 쓴 유태계 미국시인 라자러스는 이 여신상의 의미를 분명히 했다.
'지치고 가난한 자들을 이리로 오게 하라…'
미국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외국인들을 잘 받아들이는 '열린 국가'라는 것이다.
누구라도 미국에 갈 수 있고,또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는 국가라는 사실이 미국과 다른 강대국이 다른 점이다.
미국이 미국인들만의 국가라고 고집하면 반미주의가 높아질 것이다.
미국은 외국인에 대한 열린 정책과 테러방지라는 두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해야 할 것이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