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 서정진 <셀트리온 대표>..美백스젠 진출 이끌어내

한·미합작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의 서정진 대표. 그는 지난 2월 동물세포 배양 및 에이즈백신 제조기술을 가진 미국의 백스젠이 한국투자를 발표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자신의 땀으로 유치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백스젠(지분 44.5%)이 넥솔(18%) 담배인삼공사(16%) 제이스테판투자회사(13%) 등과 함께 동물세포 대량 배양시설을 인천 송도에 세운다는 내용이다. 동물세포 대량 배양시설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 5개국에만 있다. 이 시설은 세계적으로 부족해 주사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내년말까지 1억5천만달러를 투입해 이 시설이 완공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검사를 거쳐 오는 2005년부터 에이즈백신을 생산한다. "에이즈백신과 치료용 항암제 등 신약(주사제)을 생산하는 기지가 될 겁니다."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조기 졸업한 서 대표는 지난 83년 삼성그룹 연수원 성적 1위로 삼성전기에 입사했다. 3년 뒤에는 한국생산성본부로 자리를 옮겨 대우자동차의 컨설팅을 맡았다. 그를 눈여겨보던 당시의 김태구 대우차 회장이 92년 같이 일하자고 제의했다. 직책은 상임경영고문. 그의 나이 33세 때다. 당시 대학 동기들은 대리였다. 그는 여기에서 대우차의 세계경영을 기획했다. 외환위기 때 대우를 떠난 그는 기획담당 직원 40여명과 넥솔이란 회사를 차렸다. '생명공학'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 분야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한국 일본 유럽의 생명공학 기업을 샅샅이 훑었는데도 해답을 얻지 못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그는 생명공학 권위자인 스탠퍼드대학의 에이즈연구소장인 톰 메리건 박사를 무작정 찾아갔다. 그러나 메리건 박사가 생면부지인 그를 만나줄 리 없었다. 이 때부터 서 대표의 농성(?)이 시작됐다. "메리건 박사 집앞에서 무작정 기다렸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며칠이 지나자 메리건 박사가 부르더군요." 진지하게 서 대표의 얘기를 들어주던 메리건 박사의 도움으로 백스젠의 수석자문위원인 신승일 박사를 만날 수 있었다. 신 박사는 백스젠의 모기업인 제넨텍이 에이즈백신 등 동물세포 배양시설 후보지를 물색중이라고 귀띔했다. 순간 서 대표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 때부터 한국 유치전이 시작됐다. 우선 제넨텍 경영진에게 미국 유럽보다 아시아가 투자비가 적게 든다는 점을 설득했다. 그 결과 제넨텍이 아시아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아시아국가들이 경쟁에 끼어들었다. 싱가포르는 부총리가 직접 브리핑을 할 정도였다. 서 대표는 혼자였지만 한국의 인적자원을 강조해 한국이 최종 후보지로 결정됐다. "기업가 정신으로 도전한 결과였습니다.생명공학산업의 지도가 바뀔 사건입니다." 그는 셀트리온이 국내 바이오산업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글=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