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상아탑서 시장으로'] (5) '돈줄을 찾아라'

"중앙 가족 여러분, 우리 대학 온라인 쇼핑몰 '카우몰(CAUMALL)'로 오세요." 지난 2일 상품을 사면 물건값의 2~30%가 대학(중앙대)의 발전기금으로 자동 기부되는 온라인 쇼핑몰 '카우몰(www.caumall.com)'이 문을 열었다. 쇼핑몰에 상품을 내놓은 업체들이 자체 마진폭을 줄여 학교에 기부하는 방식이어서 동문 소비자들은 추가 부담 없이 '클릭 쇼핑'만으로 모교에 '기부'하게 된다. 전국의 대학들이 기부금을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홈커밍데이 행사를 열거나 명망 있는 재계 동문들을 찾아다니며 모금하는 전략은 고전이고 동문들에게 생일.결혼기념일 축하 카드까지 보내면서 기부를 권유, 단돈 1만원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애쓰고 있다. 등록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대학들로서는 내년 입시부터 대학 정원이 수험생 수보다 많아지는 사상 초유의 역전 현상이 '청천벽력'으로 와닿을 수밖에 없다. 국내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전체 수입의 60%를 넘는다. 40%선인 미국의 사립대학이나 10%대인 영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등록금을 올릴 때마다 시위가 벌어지는 판국인데 '정원 역전' 현상이 심화되고 '교육시장 개방'이 본격화하면 등록금에만 의존해서는 살아남기조차 힘든 상황. 대학들마다 기부금 모으기에 사활을 거는 것은 당연하다. 중앙대의 경우 동문 교직원은 물론 학부모에게까지 자동차 보험상품을 판매, 일정 수수료를 발전기금으로 적립시키고 있다. 연간 10억원대에 불과했던 기금 모금 실적은 지난해 50억원대로 훌쩍 뛰었다. 국내 대학 가운데 기부금을 모으는데 단연 최고로 정평이 나 있는 연세대도 큰손 기부자들로부터 들어올 돈은 한계에 왔다고 보고 '개미 기부자' 발굴에 열중하고 있다. 텔레마케팅 방식으로 전개 중인 '연세사랑 한 계좌 갖기 운동'이 대표작이다. 가입자에게 멤버십 카드를 발급해 기부금을 포인트화(1만원에 1포인트)하고 대학 부속 교육기관이나 세브란스병원, 동문회관 결혼식장 등을 이용할 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동문들을 상대로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운동'으로 지난 95년 이후 약 5백억원의 기금을 모은 숙명여대도 최근 '작은손'들을 열심히 찾고 있다. 주 타깃은 20∼30대 재학생 및 대학을 갓 졸업한 동문들.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전자메일을 통해 소규모 이벤트를 벌여 1만∼3만원의 소액 기부를 유도하고 있다. 고려대와 한국외대는 교직원들이 발전기금을 유치해 올 경우 기부액의 2∼3%(외대 5%)를 포상금으로 주는 '기부자 유치 인센티브제'를 활용, 교직원들의 발전기금 모금을 독려하고 있다. 대학들마다 돈 모으기에 열심이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 사립대 기부금 총액은 약 8천억원. 미국 하버드대 하나 수준이다. 모금 컨설팅 업체 도움과나눔의 최영우 대표는 "한국 대학들은 심하게 말하면 아직도 '협박'과 '읍소', 좋게 말하면 '학연'과 '지연'에 의존해 기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공모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처럼 대학도 교육 서비스, 학교 비전 등 대학의 내재가치를 '상품화'해 대학과 연고가 전혀 없는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거액을 유치하는 전략적 IR(투자자 관리)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