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개발 청사진 한눈에..'中 랴오닝성 허란춘 현지 르포'

양빈(楊斌) 신의주 경제특구 행정장관은 신의주 특구를 어떻게 개발해 나갈 것인가.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내에 자리잡고 있는 허란춘(荷蘭村).그가 필생의 사업으로 조성하고 있는 "네덜란드 마을"을 보면 양 장관이 그리고 있는 신의주 건설 청사진을 읽을 수 있다. 허란춘에 들어서자 중앙에 네덜란드 풍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 세련된 주택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유럽풍이다. 지나는 주민 왕씨(王·46)에게 '이곳 생활이 어떠냐'고 물으니 "중국과는 전혀 다른 유럽 분위기에서 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분양이 안돼 대부분 빈집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택단지를 지나니 허란춘은 갑자기 시골 모습으로 변한다. 주택이 끝나는 바로 그 지점에 거대한 유리온실 2개 동이 건설되고 있다. 선진 온실농법의 실험장이라는 게 주민의 설명이다. 온실은 골조만 지어진 상태로 중단되어 있었다. 허란춘 관리위의 비엔씨(邊·41)는 "허란춘 건설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약 3천무(畝 1무=1백㎡)면적에 대규모 관광단지와 첨단산업(주로 농업)단지가 동시에 건설되고 있다"고 전했다. 호화 주거시설과 첨단 산업, 관광 오락 등이 어우러진 '선양의 또 다른 세계'로 건설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동산개발과 농업단지 작업을 이미 시작한 양빈 장관의 다음 단계는 관광단지 조성이다. 그는 허란춘에 미국 디즈니랜드를 능가하는 테마파크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이 파크에 들어설 인조 해수욕장은 길이 7백40m로 세계 최대 온실 해수욕장이다. 여기에는 또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원,수중 공원,비즈니스와 관광이 어우러진 종합 호텔단지 등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비엔씨는 신의주 특구 건설에 허란춘 모델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호화 생활단지와 첨단산업,관광 등이 어우러진 북한과는 완전히 다른 또 다른 세계가 신의주에 건설될 것이란 얘기다. 허란춘은 양빈 장관이 신의주 개발 자금을 어떻게 모을지에 대한 해답도 제시하고 있다. 양 장관이 허란춘 개발자금으로 끌어들인 것은 홍콩자본.그는 작년 상하이 증시 상장기업인 광화(廣華)화섬을 사들여 이를 '아오야농예(歐亞農業)'로 개명,홍콩 증시에 상장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당시 모은 6억 홍콩달러(9백40억원 정도)를 모두 허란춘에 쏟아부었다. 선양의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양 장관은 신의주 개발을 위한 자금으로 화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홍콩증시에서의 자금조달이 이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선양에서는 허란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한 관계자는 "산업개발구 건설을 명목으로 땅을 빌린 뒤 이를 주택단지로 전용,부동산 개발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그의 허란춘 사업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자금난,중국정부의 견제 등도 거론되고 있다. 화려한 허란춘의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선양=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