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경제특구'] '無비자 입국 앞둔 단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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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빈(楊斌) 신의주 경제특구 초대 행정장관이 밝힌 무비자 입국 D데이를 하루 앞둔 29일.
중국측 국경지역인 단둥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몰려온 비즈니스맨과 외국기자들로 하루종일 북적거렸다.
NHK TV와 후지 TV가 각각 10명과 6명의 기자를 파견하는 등 일본 기자들만 1백여명이 취재대열에 참여했고 미국 CNN, 영국 BBC 기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에 따라 신의주로 넘어가는 다리인 '중조우호교(中朝友好橋)' 인근의 숙박업소들은 빈방을 찾는 외국인들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곳 중롄(中聯)호텔의 프런트 직원은 "오랜만에 객실이 다 찼다"며 "신의주 개방의 최고 수혜자는 숙박업소"라고 즐거워했다.
그러나 신의주 방문을 위해 이날 중조우호교에 설치된 검문소와 세관을 사전 답사했던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가 않았다.
중국관리들로부터 "중국정부나 신의주당국으로부터 무비자 입국에 대한 통보를 받은 바 없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세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관리는 "내일부터 한국인도 무비자로 신의주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권과 도강증(북한이 발부한 압록강 도강 허용증, 일종의 통행증)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무비자 입국이) 누구 입에서 나온 얘기인지 모르지만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무비자입국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단둥을 찾은 비즈니스맨들과 기자들간에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도강증을 구하지 못하면 30일 신의주를 들어가는게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그 분위기가 급속히 바뀌고 있다.
무역거래차 신의주를 자주 드나든다는 이모씨(46)도 "무비자입국은 양빈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 얘기이지 양빈-장쩌민 사이에 논의된 것은 아니다"며 "내일 누구도 도강증 없이는 중조우호교를 건널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으로부터 신의주 입국 문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어느 개인의 눈속임 말에 현혹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불신감을 표명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한 기자는 "너무 황당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면 신의주의 문이 예정대로 열릴 것이란 관측도 강하다.
"양빈 장관이 며칠이면 드러날 것을 두고 거짓말을 했겠느냐"는 얘기다.
이날 선양에서 만난 양 장관은 "북한당국과는 얘기가 끝났으나, 중국측과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당장은 힘들다"고 시인하고 "그러나 30일부터 나의 서명을 받은 일부 외국인들이 신의주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장관을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다는 조선족 사업가 박모씨(59)도 "신의주 자유왕래가 지금은 아니더라도 곧 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씨는 "양 장관이 신의주 건설에 호언장담하는 것은 그가 돈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그의 성격을 감안할때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실현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단둥=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