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시안게임] (이 사람) 토암 '서타원 선생'

"부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남북이 통일되고 36억 아시아인들이 화합해 세계 번영의 기틀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부산아시아경기대회의 성공을 비는 뜻에서 흙으로 인간의 모습을 빚은 토우(土偶)2천2개를 만들어 이중 1천여개를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 광장에 전시하고 있는 토암 서타원(土岩 徐他元·58) 선생은 이같이 말했다. 노래하는 모습과 입을 크게 벌리고 열창하는 모습,웃는 표정 등 무려 8백여가지의 서로 다른 얼굴표정이 묘사되어 있다. 10여대의 나룻배에 나눠 타고 있는 이들 토우는 귀가 없고 속도 비어있는게 특징이다. 그런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는 "텅 빈 마음으로 진실을 노래하자는 취지에서 이같은 모습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귀 없는 토우를 만든 사연은 애절하다. 30여년간 분청사기를 제작해온 그는 지난 97년 위암으로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작업장이 있는 부산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봉대산 중턱 토암공원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5년간 투병생활을 하며 토우를 만드는 데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 토우는 그의 분신인 셈이다. "병원의 항암치료보다 자연치료요법으로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본것 같습니다.도공(陶工)으로서 마지막 혼을 자연에서 불태우고 싶습니다." 높이 40∼50㎝,폭 10∼20㎝의 토우 1개를 만들기 위해 그는 오전 5시에 일어나 봉대산을 오르면서 작품구상을 한다. 보통 하루 20㎏의 흙으로 3∼5개의 토우를 빚는다. 서씨는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면 천진난만한 토우를 만들지 못한다"며 "남북을 포함한 36억 아시아인들이 토우처럼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화합하면 세상은 더욱 살기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