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도시정책의 성공조건.. 金鎭愛 <건축가.(주)서울포럼 대표>

부동산 파동이 있을 때 마다 춤추는 도시개발정책을 보기란 정말 딱한 일이다. 근본적으로는 저금리로 인해 빚어진 부동산 열풍이다. 그런데 이 때문에 최근 몇달간 터진 정책들이 열손가락이 모자란다. 온갖 추측성 신도시 개발계획 발표,판교 신도시 조기개발,양도세기준 강화,1가구 1주택의 자격요건 강화,고급주택요건 강화,주거용오피스텔 주택 간주,과표기준 조정,재산세기준 상향조정,재건축요건 강화,강북 재개발의 미니신도시화 등.게다가 현재 국회에 발의된 것들까지 포함하면 정말 우리의 도시 관련 정책은 '누더기의 누더기'다. 우리 도시개발이 경제개발의 '시종' 역할을 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1970년대까지는 산업개발이나 인프라개발 등 그나마 '경제역군'적 기능을 수행했다고 해도 좋다. 1980년대부터 건설 민영화 촉진 이후의 거품 현상은 악화일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도시가 있나 의문이 들 정도다. 해외 수주에서 떨어진 건설회사에 일 만들어주느라 '아파트 개발'을 촉진했고,택지개발 건수가 떨어지면 재개발 아파트를 풀어줬고,재개발이 지지부진하자 재건축을 풀어줬고,IMF 때 건설경기가 꽁꽁얼자 주상비율을 9:1로 풀어서 상업지역에도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게 해줬고,오피스텔 규제를 풀어서 아파트처럼 쓰게 해주자 오피스텔 짓겠다고 난리다. 이 사이에 용적률 올려주고 인동간격 줄여주면서 환경 악화시키는 법 개정을 중앙정부가 앞장섰다. 건물마다 단지마다 주차장 만든다고 절대로 교통문제가 풀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강화하는 정책은 일관되게 펼쳤는 데 공공의 일을 민간에 책임 떠넘기자는 취지다. 2002년 9월 다세대 다가구 주택의 1가구 1주차장 법 시행을 앞두고 생긴 현상을 보라.'주차장 강화되기 전에 짓자'는 열풍을 만들었다. 게다가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에는 세원 확보하랴,민원 해결하랴,기초자치단체장들은 너나없이 개발의 선봉장이 되었다. 상업지역 늘리고,용도지역 상향해서 준주거지역 늘리고,주거전용지역 풀어주고,구청에서 허가하는 재건축 아파트 쉽게 허가해주고,서울시의 재개발이 안되면 일반 건축개발로 돌려줬다.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로 세금 거둬들이는 구청으로서는 개발을 반길 뿐 아니라 부추기기까지 한다. 도시 개발을 조화롭게 관리한다는,그 이름 좋은 '상세계획'이나 '지구단위계획' 같은 제도는 하나같이 '용도지역 상향'과 '규제완화'를 위해 쓰였다. 필자를 포함한 전문인들은 뭐했나? 법과 정책 개정에 의견을 낸들 사분오열해 버리는 상황이고,온갖 위원회에서 입 아프게 싸워도 결국 '전사'해 버리는 형국이다. 국회 시의회 구의회의 '민원 정치성'의원들이 민원해소와 규제완화에 앞장서는 마당에 '전문인 들러리 만들기'는 식은 죽 먹기다. 도대체 앞이 안보인다. 선거 민심 눈치보는 정치권,정치권 눈치보는 중앙 관료권,민원 눈치보는 지방자치 단체장,한탕하려는 또는 살아남으려는 건설업자들,거품에 기대어 사는 부동산업계,이래 저래 '개발 과실'따먹기를 막연히 기대하는 시민들,집값 문제 없으면 평소 도시환경에는 별 관심 없는 언론과 방송 등.거품이 없으면 대한민국은 없다(?). 지금이라도 기본에 충실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뜨거운 감자'를 피하지 말라.가장 중요한 것은 '세금'이다. '이익이 생기면 합당한 세금을 거둬간다'는 끈질김이 있다면,합당한 투자는 있어도 황당한 투기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관련 세금은 광역단체가 걷어 기초단체에 교부해야 균형개발도 가능하고 황당한 개발도 없다. 땅의 용도지역이 바뀌면 당연히 부가이익에 대한 세금도 거둬야 한다. 그래야 함부로 용도지역을 바꾸지 않는다. '도시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한번 정한 도시계획과 건축, 주차장 관련 법은 절대로 바꾸지 않는다'는 끈질김이 있다면 이제나 저제나 민원 넣어 규제 풀고 개발을 부추기려는 현상도 없어진다. 건교부와 자치정부는 사실 이 목적을 위해서 있는 것 아닌가. 뜨거운 감자는 외면한 채 편법만 바꾸고 또 바꾸면 집값 파동,부동산 투기,불균형개발,도시환경 악화는 우리의 영원한 운명이 될 수밖에 없다. jinaikim@seoulfor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