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일자) 아파트 재건축 요건 강화는 당연

서울시가 재건축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모양이다. 낡은 공동주택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입주민의 안전을 기한다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부동산 투기수단으로 전락해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는 요즘 상황을 감안하면 이같은 움직임은 너무나 당연하다. 때마침 건교부가 입법예고를 거쳐 '도시주거환경정비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는 만큼 논의중인 개선방안을 반영하기엔 시기적으로도 안성맞춤이라고 본다. 거론되고 있는 방안중 특히 재건축 대상인 노후·불량주택 범위를 '준공된지 20년 이상 경과된 건물'에서 '40년 이상'으로 축소하는 방안과 현재 구청소관인 안전진단 업무를 필요한 경우 시청으로 옮기는 대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노후·불량주택 범위를 규정한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 제4조 2는 가능한 한 빨리 개정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공동주택이 단독주택 보다 훨씬 튼튼한게 상식인데, 철근콘크리트 단독주택의 내구연한을 60년(벽돌건물은 40년)으로 보고 건물수명의 3분의 2가 지나야 주택재개발사업 추진을 허용하고 있는 서울시 도시계획운영위 규칙과 비교해봐도 주택건설촉진법 규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재건축 대상범위를 이렇게 느슨하게 규정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정부가 멀쩡한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짓는 엄청난 자원낭비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재건축 여부는 건축연한이 아닌 구조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결정하는게 원칙적으로 맞다. 문제는 그동안의 재건축 안전진단이 매우 부실했다는 점에 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98년부터 올 8월까지 총 4백57건의 재건축 심사대상중 무려 98.9%인 4백52건이 허용 판정을 받은 것만 봐도 안전진단이 얼마나 형식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올 3월부터 8월까지 서울지역에서 재건축 판정을 받은 32건을 재진단해본 결과 그중 65.6%가 엉터리로 드러났다고 하니 조합과 안전진단 업체간 뒷거래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부 주장대로 재건축이 어려워질 경우 자칫 노후아파트 슬럼화 현상이나 신규주택 공급감소에 따른 집값 상승압력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하고 경부고속철 역세권의 주거지 개발 등으로 대처해야지 무분별한 재건축을 대책없이 방치해선 곤란하다. 관계당국은 이해관계자의 반발이나 주택경기 부침에 흔들림 없이 재건축이 원래 취지에 맞는지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