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환율전망] 레벨 '업' 예상, 수요우위 예측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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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올해 마지막 분기를 맞아 추가 상승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9월 중순부터 본격 진행된 상승세가 좀 더 확장할 요인이 부각되고 있는 것. 시장의 관심사는 상승폭의 정도에 집결되고 있다.
무엇보다 달러 수요의 부각이 환율 상승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 성수기를 앞둔 정유사의 결제수요, 경상수지 흑자 축소 여지 등 전반적인 수요우위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경제회복의 시기가 뒤로 늦춰지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의 상대적 우위론이 시들해지고 있어 환율 하락요인으로 더 이상 작용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달러/엔 환율의 경우 여전히 국내 외환시장에 영향을 가할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경제와 일본 경제간에 '누가 더 나쁘냐'를 놓고 경쟁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달러/엔의 방향은 '오리무중' 상태다. 달러/엔은 '좀 더 두고볼' 여지가 있되 달러/원 전망의 변수 요인에서 제외된 측면도 있다.
한편으로 정책적인 변수도 상존한다. 물가 불안에 따른 정책당국의 움직임도 환율이 마냥 오르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올 4/4분기(10. 1∼ 12. 31) 환율은 하방경직성을 강화하되 환율 반등폭이 확대되는 흐름이 예상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달러매수(롱)심리가 당분간 유효하다고 진단한다. 마냥 위로 치고 솟아오르긴 힘들어도 일정 목표치을 향한 환율 꿈틀거림이 전망된다.
◆ 전반적인 강보합 예상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5명을 대상으로 환율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92.67원, 고점은 1,252.67원으로 집계됐다. (※ 외환표: 은행권 딜러 분기환율 전망치)
지난 3/4분기 장중 저점인 1,164.00원(7.22), 고점인 1,229.30원(9.26)에서 상향한 수준. 전반적으로 강보합세가 유지되는 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사결과, 위쪽으로 10명의 딜러가 '1,250∼1,260원'까지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3명의 딜러가 '1,240원'을 상승의 한계로, 2명이 '1,270∼1,280원'에서 고점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저항선으로 형성된 1,230원대를 확실하게 뚫을 경우 1,250원을 다음 목표치로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임을 보여준다.
아래쪽으로는 각각 8명과 1명이 '1,200원'과 '1,210원'을 저점으로 지목, 9명이 '1,200원'대가 지지선이 될 것임을 관측했다. 이어 5명의 딜러가 '1,180∼1,190원'에서 저점을 형성하고 소수 1명이 '1,170원'까지 내려설 것으로 내다봤다.
◆ 반등 꾀한 3/4분기 = 지난 4월 중순부터 진행된 환율 급락은 지난 7월 22일 장중 1,164.00원까지 떨어짐을 계기로 일단락됐다. 바닥을 '확인'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매매 심리는 반등을 꾀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휴가철이 도래한 8월이후 환율은 '1,180∼1,210원'의 박스권에 묶였다. 좀처럼 박스권을 벗어날만한 변수의 등장이 지연되면서 '휴지기' 상태에 돌입했던 것.
한동안 제한된 박스권내 횡보에 그쳤던 환율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한 것은 '달러/엔 환율'. 9월 중순이후 박스권 상단인 120엔을 확실히 뚫고 올라선 달러/엔으로 인해 달러/원도 추가 반등의 실마리를 잡았다.
달러/엔 상승에 이어 정유사 결제수요, 역외매수 등의 수요우위 상황을 곁들여 환율은 지난 9월 26일 장중 3개월 최고치인 1,229.30원까지 올랐다. 이후 환율은 다음 목표치로 1,230∼1,240원을 바라보고 있다.
◆ 달러가 필요해 = 4/4분기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시장 참가자들의 인식 속에 '달러수요'가 자리잡고 있다. 계절적이 됐던, 시장 상황의 변화가 됐건 지난 2/4분기 급락의 상황과는 판이한 양상이 전개될 요량이다.
무엇보다 수급상 변화기미가 뚜렷하다. 추석을 지내고 난 이후 더 이상 공급우위의 상황에 대한 기대감은 시들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앞설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다시피하고 있다.
경상수지 악화 가능성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내년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달러 공급의 가장 기본적인 줄기가 축소될 여지가 크다.
이와 함께 계절적 요인도 가세한다. 최근 유가 상승은 정유사의 수입물량 확대를 야기, 국내 외환시장에 결제수요 유입을 촉진한다. 겨울을 앞둔 계절적 요인과 함께 미국의 이라크 공습가능성에 따른 유가 불안이 정유사의 달러매수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중순부터 석달여동안 진행됐던 급락과정에서 미뤘던 결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결제 이연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셈. 최근 레벨 부담에 따른 달러매도(숏)마인드가 있음에도 그동안 늦췄던 결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심리적으로 환율이 올라가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외 증시의 하락도 부담이다. 뉴욕 증시의 악화가 국내로 전이되면서 외국인 주식순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환율 상승요인이 될 수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올들어 9월까지 단 한 달외에는 월기준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시장에 달러공급보다 역송금수요로 작용, 환율 상승을 부추길 여지가 더 크다.
또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4/4분기 달러수급을 바꿔놓을 만한 기제는 눈에 띄지 않는다.
◆ 달러/엔 '예의주시', 돌발변수 '준비' = 재차 120엔대를 회복한 달러/엔 환율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9월말 반기결산을 마친 이후 달러/엔의 추가상승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면서 일부에서는 125∼126엔의 상승여력을 점치고 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최근 뉴욕 증시와 미국 경제회복 속도에 대한 판단이 달러화와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는 양상이며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재부각되고 있다. 일단 일본 정부가 10월중 은행권 공적자금 투입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한다고 공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동안 처리하지 못한 은행권의 부실채권 문제가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다고 해서 당장 해결되리란 보장도 없다. 엔화 약세 정책을 재개한 일본 정부가 수출을 통한 경기회복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 달러화가 확연한 강세를 띨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일단 대외변수로는 달러/엔 환율과 미국 경제회복의 속도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유가와 관련된 국제 정세의 변화도 관심항목이다. 전쟁 발발여부, 마찰의 강도 등이 일시적인 환율 변동을 불러올 수도 있다.
대내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동향과 연관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다. 1,200원대 밑으로 가기 어렵다는 전망은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하락을 유도할만큼 좋은 편이 아니란 점에 기인하고 있다. 대선과 같은 정치적인 행사는 크게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물가에 대한 불안이 점증, 정책당국이 일정수준 이상의 환율 상승은 분명히 불편해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은 물가 상승은 물론이거니와 금리와 관련된 정책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