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자) 예산증가율 웃도는 기금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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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한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안은 예년과는 다른 절차를 거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금이란 정부가 예산을 출연하거나 각종 법률에 의해 보험료 또는 부담금 등의 형태로 국민들로부터 징수한 돈이기 때문에,사실상 세금을 거둬서 쓰는 일반회계 예산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따라서 그 집행내용은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부담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기금운용계획은 각 주무부처가 기획예산처와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국회에 보고하고 그대로 집행하면 그만이었다.
그로 인한 낭비가 적지 않았음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기금운용계획을 예산당국의 사전조정을 거쳐 편성하고,국회 심의과정을 거치도록 한 것은 일단 높이 펑가할만한 일이다.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은 그 규모가 1백59조8천억원으로 금년보다 10.4%나 늘어난 것으로 일반회계 예산증가율은 물론 경상성장률보다도 훨씬 높다.
이 점은 모든 기금사업의 타당성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했다는 당국의 설명과는 달리 과거 행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볼만한 대목으로서,국회심의 과정에서 보다 철저한 점검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특히 국민들의 불신을 사고 있는 국민연금기금 등의 수입·지출요인을 면밀히 따져 낭비요인을 최소화하고 장기안정적인 기금운용 기반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기금사업의 가장 큰 병폐 가운데 하나인 비슷한 사업에 대해 중복지원하는 문제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경제사회여건 변화로 실효성이 낮아졌거나 유사기능을 가진 기금들을 과감히 통·폐합하는 것이다.
각 부처에 별도 주머니를 차도록 허용해 주고,씀씀이를 꼼꼼히 챙겨본다는 것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