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죠...하지만 여운이 남아요" .. 'YMCA야구단' 송강호

"송강호표" 코미디는 역시 하나다. 목소리 둘레에 얇지만 단단하게 입혀진 경상도 액센트,차분하게 말하다가 "열받는" 순간 솟구치는 어조,한쪽은 분명 웃기는 코미디지만 다른 한쪽은 진지한 드라마를 연기하는 짝눈. 섣불리 흉내낼 수 없는 특유의 캐릭터가 "넘버3""조용한 가족""반칙왕"에 이어 신작 "YMCA야구단"(김현석 감독)에도 살아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1백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암행어사의 꿈을 접고 조선 최초의 야구선수가 된 이호창역이다. 구문화를 상징하는 선비가 "베쓰뽈(baseball)"로 대변되는 신문화와 충돌하면서 벌이는 해프닝이 따스한 웃음을 제공한다. "남녀노소가 함께 보며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코미디의 미학을 시대적 상황에 녹여낸 상업영화죠.최상의 결과가 나왔다고 자부합니다" 다소 흥분한 송강호의 어조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넘버3"의 유머는 캐릭터의 힘이고,"조용한 가족"은 상황과 장르의 힘,"반칙왕"은 페이소스에서 얻는 힘이 중심입니다."YMCA야구단"은 은근한 여운이 곧 웃음이죠" 그가 맡은 이호창은 공부보다 운동을 좋아하는 구한말의 선비."돼지오줌보"로 만든 축구공으로 축구를 즐기다가 야구에 빠져든다. 축구공을 찾다가 야구공을 처음 발견했을때 "어 공이 작아졌네"라고 말해 한바탕 웃긴다. 그를 야구로 이끈 또 다른 기폭제는 야구단 감독인 "신여성" 정림(김혜수)을 향한 연정. 정림에게 쓴 "내 마음을 훔쳐간 도둑"이란 연서는 자결한 열사의 일제에 대한 통절한 심정으로 둔갑한다. 대쪽같은 성품을 교육받은 그는 야구시합에서 "휘는 공은 치지 않소"라며 버틴다. 4번타자로 지명됐을때 "죽을 사(死)"라고 거부하다가 "선비사(士)"로 스스로 정정한 뒤에야 받아 들인다. 관객들은 웃지만 그는 시종 진지하다. 선비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노력이 눈물겹다. 그러나 갓쓰고 짚신신고 야구하기,도포입고 자전거타기,빨래방망이를 야구배트로 휘두르기... 신구 문물의 충돌 현장은 관객들에게는 웃음거리다. "낭만과 현실감이 잘 어우러져 있지요.1백년전이란 시대적 부담감에도 캐릭터와 세트들은 사실적으로 재현됐고 영화적인 팬터지도 균형있게 덧붙여 졌습니다." 정림의 "~한답니다"와 호창의 "(않)소,(하)오..."등 고풍스런 경어체는 새 유행어로 번지고 있다. 그가 이끄는 YMCA야구단원들은 전환기 역사의 거울이다. 갈곳잃은 선비,유학파 감독과 투수,독립운동가와 친일파,양반과 천민 등이 두루 섞여 있다. 상놈의 공을 받지 않으려는 양반,친일파를 제거하려는 독립운동가 등 갈등구도가 겹쳐지지만 결국 주적(主敵)일본팀과의 대결앞에선 한마음으로 화해한다. "슬픈역사를 직설화법보다 유머를 섞은 간접화법으로 말할때 파장이 크지 않을까요. 예술의 본질도 그런 것이고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어떤 영화 1905년 조선 최초의 야구단인 YMCA야구단이 결성된다. 선비가문의 강타자 이호창(송강호),신여성 감독 민정림(김혜수),도쿄유학시절 야구를 익힌 투수 오대현(김주혁),방망이깎는 상인 마성한(이대연) 자존심 센 양반 정병환(김일웅) 등이 멤버로 가세한다. YMCA야구단은 연승행진을 계속하다가 독립운동가 팀원때문에 해체된다. 일본은 그를 붙잡기 위해 일본팀과의 경기를 마련하는데... 6억원이 소요된 1백년전 종로거리가 시대적 향수를 자극한다. 3일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