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 추락 끝이 없다 .. 위기감 확산
입력
수정
일본 경제가 80년대 초반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지난달 30일 내각개편까지 단행하며 경제위기 해결에 총력전을 펴고 있으나, 닛케이평균주가는 3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9천엔이 붕괴됐다.
지난 83년 8월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땅값도 19년 전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일본병으로 불리는 디플레를 심화시키고 있다.
금융,재정 및 고용 등에서도 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있다.
일본경제가 안고 있는 악재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지난 3월 말 현재 54조엔 규모까지 급팽창한 금융기관의 불량채권은 증시를 침체로 몰아 넣고 있다.
부실은행에 공적자금을 신속히 투입하지 않을 경우 일본발 금융위기가 세계경제 위기로 비화될 것이란 우려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본 내각부는 금년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최소 0.2%를 넘을 것으로 점치고 있지만, 실물경제 지표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금년 초만 해도 '일본경기 회복론'이 그 세를 얻었지만 하반기 들어 미국 경기불안과 함께 소비와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결과다.
기업도산은 2001년에 이어 올해도 2만건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잔뜩 오그라든 소비는 물가를 근 2년째 마이너스 행진에 묶어 놓으며, 자산디플레와 함께 불황한파를 재촉하고 있다.
이노코미스트들은 일본 경제를 합병증에 걸린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불량채권이라는 '암'에, 소비부진 및 디플레라는 '동맥경화', 그리고 제조업 경쟁력 약화라는 '노화' 현상 등이 뒤엉켜 어느 특정 환부를 먼저 손대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다.
불량 채권의 경우 상각처리가 본궤도에 오르면 기업 도산과 실업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충격 완화를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면 파탄 위험에 놓인 정부 재정에 바로 적신호가 켜진다는 식이다.
이들은 일본 경제가 추락 직전에 몰린 최대 원인을 잘못된 처방에서 찾고 있다.
금융시스템 재건과 디플레이션 탈출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후순위 숙제에 매달리다 시간을 허비해 왔다는 지적이다.
오쿠다 히로시 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억측이 난무하면서 시장이 동요하고 있다"며 "금융뿐 아니라 산업 재생을 촉진하고 자산 디플레와 대량 실업을 막을 수 있는 종합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