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보듬어야 할 외국 근로자

"기름때 묻은 작업복 대신 우리나라의 전통의상을 입고 한국사람들한테 우리의 문화를 알리니 마냥 기분이 좋아요." 6일 경기도 부천시 중앙공원 야외마당에서 부천 외국인노동자의 집과 문화개혁 시민연대가 공동으로 마련한 외국인 근로자 한마당 잔치에서 외국인들은 자국의 전통음식과 문화를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날 참석한 사람은 필리핀 스리랑카 파키스탄 베트남 네팔 몽골 미얀마 등 10여개국 1만여명의 근로자들. 이들은 고된 작업으로 손 마디엔 굳은 살이 배기고 미간엔 주름이 깊이 파였지만 이날만큼은 자국을 대표하는 '문화사절'이라도 된 듯 만면에 웃음을 띠고 서툰 한국말로 전통음식을 열심히 설명했다. 분홍색의 태국 전통 의상을 입은 게오마니 파타나파판(29·여)은 '팍통완'이라는 태국식 디저트를 소개했다. 게오마니의 설명을 듣던 한국인 아줌마가 팍통완을 맛본 뒤 주위 사람들에게 먹기를 권했다. "어머 맛있네.꼭 호박죽 같아요. 드셔보세요. 태국에 가봐야겠네." 게오마니의 남편인 네팔인 묵티 케시(33)는 아내가 만든 음식이 인기를 끌자 신이 났다. "돈 벌려고 5년 전에 왔죠.용접일로 한달에 1백20만원 정도 버는 데 40만원은 고국에 있는 부모님께 부칩니다"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베트남 근로자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만난 우옌 두한(25)은 "경기도 광주에 있는 가구공장에서 일하는데 회사에 좋은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친구들 말 들으면 나쁜 사람들한테 많이 맞기도 한대요"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부천 외국인노동자의 집 고태훈 소장은 "여기에 참가한 사람의 99%는 불법체류자"라며 "아직도 불법이라는 이유로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는 외국인근로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유야 어찌됐건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3D업종을 기피하는 사이 그들은 한국의 산업역군이 돼 버린 것이다. 이제 그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보듬어줘야 할 때가 아닐까. 홍성원 사회부 기자 animus@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