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초 130엔대까지 하락"..날개없는 엔貨 추락 어디까지...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약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엔화가치는 8일 일본 경기침체와 증시부진이 악재로 작용,도쿄시장에서 달러당 1백24엔대로 떨어지면서 약 4개월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특히 유로화에 대해서는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유로당 1백22엔선으로 급락했다. 엔화는 앞으로 더 떨어져 내년초에는 달러당 1백30엔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이달말 종합 디플레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나 엔화약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떨어지는 엔화=엔화가치는 이날 오전 한때 전날보다 1.2엔 떨어진 달러당 1백24.4엔까지 밀렸다. 지난 6월19일 이후 최저다. 그러나 연일 폭락하던 닛케이주가가 소폭 상승한 덕분에 오후장 들어서는 낙폭이 줄면서 1백24.1엔선에서 움직였다. 유로화에 대해서는 전날대비 1.5엔 떨어진 유로당 1백22.16엔에 거래됐다. 이는 1999년 8월16일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올 연초(유로당 1백14엔)대비 7.2% 이상 떨어진 것이다. 국제외환시장의 흐름은 지난 여름의 달러약세에서 엔약세로 역전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원인과 전망=엔화약세 현상은 상반기에 반짝하던 일본경제가 다시 침체기미를 보이는 게 주요 원인이다. 경기선행지수가 악화되고 산업생산이 감소하는 등 회복세를 잃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분기 중 0.5%로 간신히 플러스 성장했던 일본경제는 3분기와 4분기에는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EU)경제도 좋지는 않지만 일본경제가 더 나쁜 까닭에 엔화약세 현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장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종합 디플레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일본 언론은 이날 일본정부의 경제재정자문회의가 7개의 디플레대책 기본항목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7개항은 △감세규모 확대 △금융완화 추진 △증권 및 토지세제 개혁 △고용안전망 정비 △중소기업 금융대책 등이다. 디플레대책은 이달 말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디플레대책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전망은 어둡다. 리먼브러더스의 짐 매코믹 외환연구소장은 "그동안 여러차례의 디플레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이번에도 경기회복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지적했다. JP모건은행의 통화전략가 폴 메게시는 "불투명한 일본경제 탓에 엔화약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엔화가 내년초에는 달러당 1백30엔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