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의 특별함 .. 얇거나 혹은...두껍거나...

뚝 떨어진 수은주가 벌써 가을의 한가운데로 왔음을 느끼게 한다. 스산한 10월 날씨에 가장 잘 어울리는 패션은 따뜻하고 포근한 니트다. 모피를 꺼내기엔 너무 이르고 가죽은 "쿨(cool)"한 매력은 있지만 차가워 보인다. 반면 니트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하고 편안해지는 "감성 아이템"이다. 특히 이맘때 가장 잘 어울린다. 올 가을.겨울의 니트 패션은 2개의 극단적인 경향을 보인다. 아주 얇거나 아주 두껍다. 얇은 실로 짠 것은 하이 게이지(high gage)니트,굵은 실로 짠 것은 로우 게이지 또는 헤비 게이지 니트로 불린다. 게이지는 사방 10cm 안에 들어가는 뜨기코의 평균밀도를 말하는데 집에서 스웨터를 뜰 때 쓰는 니트는 7게이지 정도이다. 하이 게이지 니트는 겉에 입기 보다 재킷과 코트 안에 받쳐 입는 이너웨어나 "이너웨어+카디건"을 한 쌍으로 하는 트윈 세트로 만들어진다. 보통 12게이지의 실이 쓰여 가볍고 매끄러운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특징은 원사가 점점 고급스러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엔 일반 모 소재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 캐시미어나 모헤어 원사가 각광받고 있다. 여성복 ab.f.z의 양일지 디자인실장은 "캐시미어 혼용 비율이 높을수록 하이 게이지 니트의 장점이 살아나 질감이 따뜻하면서도 실루엣은 날씬해 보인다"며 "캐시미어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직물에 비해 컬러를 폭 넓게 쓸 수 있다는 것도 하이 게이지 니트의 장점이다. Y&Kei 디자인실 채진숙 팀장은 "노란색 재킷은 눈에 거슬릴 수 있지만 노란색 니트는 보기에도 좋고 평상시 입어도 무리가 없다"고 얘기했다. 채 팀장의 말처럼 니트는 특유의 캐주얼한 느낌 덕분에 색상 표현이 자유롭다. 채 팀장은 "바이올렛,연한 핑크,연한 옐로 등 색감 있는 하이 게이지 니트의 반응이 특히 좋다"고 전했다. 로우 게이지 니트는 1.5~3게이지가 가장 많다. 새끼손가락 굵기의 1게이지 니트도 시중에 나와 있다. 부클레얀,셔닐사,슬럽사 등 두께를 부풀린 특수 실로 짜거나 다른 종류의 원사를 서로 꼬아 볼륨감을 살리는 등 두툼한 양감을 강조하기 위해 원사도 특수가공을 거친다. 하이 게이지 니트가 이너웨어 역할을 하는 반면 로우 게이지는 대부분 겉옷으로 활용된다. 지퍼가 달린 점퍼형 카디건,허리를 끈으로 묶는 가운형 코트,재킷 스타일,풍성한 풀오버 스웨터 등.실루엣이 큼직하고 흘러내리는 느낌 때문에 "벌키(bulky)니트"라고도 불린다. 이번 시즌의 헤비 게이지 니트는 장식적 요소가 강하다. 특히 이질적인 소재와 니트를 결합한 패치워크 장식은 핫 트렌드 중 하나이다. 미샤의 문윤재 디자인실장은 "굵게 짠 니트와 이와 전혀 다른 질감의 소재를 결합한 멀티 패치워크 기법이 한창 뜨고 있다"며 "니트와 모피,니트와 데님,니트와 가죽 등의 만남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문 실장은 "실크 쉬폰 등 아주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와 어울리기도 한다"며 "이런 소재의 멀티패치는 다른 옷과 잘 어울려 인기를 끈다"고 전했다. 패치된 소재 중 하나를 골라 하의에 입으면 멋진 코디네이션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밑단을 늘어뜨린 프린지 장식,섹시한 레이스 장식도 헤비 게이지 니트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벌키 니트를 멋스럽게 입으려면 역시 풍성하고 크게 입는 것,즉 "오버사이즈 룩"으로 소화해 내는 게 좋다. 설현정 객원기자 hjsol1024@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