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의 표준화 전략 .. 李熙國 <LG전자 전자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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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의 경우 단위의 표준화가 확립돼 있어 누구든 1㎏이 어느 정도 무게인지 잘 안다.
이처럼 '표준'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정확성 합리성 및 국제성 제고를 위한 과학적 기술적 공공기준을 제공한다.
표준화는 측정단위의 표준화와 같이 상호 이해를 가능케 하고,볼트 너트의 사례와 같이 호환성이 확보된다.
KS마크처럼 소비자 이익의 확보에 도움이 되고,디지털TV와 휴대전화기와 같은 신기술이 짧은 기간에 큰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하며,안전의 확보와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향후 표준화의 중요성은 기업 경쟁력 차원에서도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 국가 또는 국제적 차원의 표준화기관에서 제정하는 '공적표준(de jure standard)'보다는 산업계에서 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시장경쟁의 결과에 의해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새로 정해지는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이 산업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이유로는 첫째,글로벌화의 진전으로 세계적 표준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CD의 경우 일본 소니와 네덜란드 필립스가 연합해 주도한 표준이 세계적으로 통용됨으로써 로열티 수입은 물론 이를 이용한 관련 사업의 국제경쟁력 우위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
둘째,기술 발전의 가속화에 의해 제품의 수명이 짧아짐에 따라 단기간에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서는 표준화가 꼭 필요하게 되었다.
우수한 제품이라도 표준화가 돼 있지 않은 것의 시장 침투는 느릴 수밖에 없다.
셋째,'사실표준'의 기술권리 보유자는 거액의 기술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가령 한국은 동영상 및 관련 음성신호의 압축과 복원의 표준인 MPEG2의 기술료로 지난해까지 1천8백만달러의 수입을 기록했고,MPEG4 관련의 기술료를 포함하면 2005년에는 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넷째,많은 제품들이 네트워크형으로 변함에 따라 제품간의 인터페이스가 중요하게 되어 표준화가 더욱 필요해졌다.
이처럼 표준 채택이 바로 기업의 이익과 연결되므로 각 기업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세계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해 획득한 기술적 성과라 하더라도 표준으로 되지 못했거나,표준이 되더라도 성공적인 사업으로 발전하지 못한 사례가 종종 있어 왔다.
가령 비디오 표준을 둘러싼 베타 방식과 VHS간의 경쟁 등이 유명한데,여기에서 세 가지 교훈을 찾을 수 있다.
먼저,표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미래를 내다보는 원천기술의 개발이 중요하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당면한 사업의 단기적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투자가 균형을 이뤄야 할 시점이다.
다음,중요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해서 바로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는 것이 아니다.
표준화작업은 이해 관계가 걸린 여러 국가의 다수 기업들에 의해 장기간에 걸친 탐색과 협의,상호거래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표준화 활동에서 지속적이고 세밀한 대처가 필요하다.
끝으로,표준화를 이뤘다 해도 이것들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사업화 노력이 중요하다.
표준이 상업적으로 매력적이고 상품화 가치가 있도록 주변 기술까지도 개발해 제공하는 노력이 요구되며,업계가 해당 표준으로 고착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의 수립과 실행도 중요하다.
이와 같이 기업에서 관심을 두는 표준화 대상은 제품과 기술에 관한 것이 중심을 이루지만,더불어 생산측면의 표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표준화는 전체적 시각이 요구된다.
기술개발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개발된 기술의 성과가 표준화되고 또 널리 활용되도록 우리 기술의 세계표준 채택을 위해 충분한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뿐더러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기업과 표준화를 유도하고 지원하는 정부·공공기관이 협력할 때 국제표준을 주도할 수 있고,기업·국가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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