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안한 아파트 매물 급증..차익노린 수도권 가수요자 입주포기하고 손절매

최근 입주가 시작됐거나 입주를 앞둔 수도권지역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잔금 연체자'들이 '손절매성'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아파트단지의 전세값 및 집값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권 매매차익을 노리고 뛰어든 가수요자들이 시장이 침체되자 입주는 물론 잔금지급을 미룬 채 집을 서둘러 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10일 부동산업계와 주택업계에 따르면 용인시 신봉·성복동과 일산 대화·일산동,인천 운서지구에서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입주가 본격화되고 있으나 입주를 포기하고 분양권을 전매하려는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 일대 수지LG빌리지 3,5차 아파트의 경우 모두 2천3백가구에 대한 입주완료일이 지났지만 53평형과 64평형 1백여가구가 비어있는 상태다. LG건설 관계자는 "잔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입주시작일로부터 2개월 정도를 입주기간으로 여유를 준다"며 "지난해 입주한 1,2차는 잔금지연이 없었는데 최근 아파트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잔금 연체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미입주 아파트는 그대로 중개업소에 매물로 쌓이고 있다. 매물이 급증하면서 아파트값도 '원가'(분양가) 수준으로 급락하고 있다. 수지LG 5차 64평형은 3억8천9백만원대에 매물이 나와 이미 분양가(3억9천4백만원)를 밑돌고 있다. 53평형도 3억2천만원까지 호가돼 분양가(3억1천4백만원)보다 불과 6백만원 높은 수준이다. 인근 연세부동산 최재성 사장은 "금융비용조차 건지기 힘들어지자 손해를 보고서라도 팔려는 매물이 늘면서 가격이 내리고 있다"며 "실입주가 목적이 아닌 투자자가 잔금과 취·등록세 등 5천만원을 추가로 내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달 말부터 입주가 본격화되는 일산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2일 일산 대화동 '대화동문굿모닝힐'을 시작으로 백마동문굿모닝힐,일산동 태영아파트 등 2천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입주에 들어간다. 실입주자들이 선호하는 30평형대가 대부분이어서 추석 전까지만 해도 매물품귀 현상이 나타났던 이곳에 호가를 낮춰 내놓는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대화동문굿모닝힐 34평형은 2억원대가 무너져 1억9천만원대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인근 청구공인중개 관계자는 "입주가 임박하면서 추가 상승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시장이 얼어붙자 일단 차익을 챙기려고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매수자가 적극적이지 않은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추가 하락도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전망했다. 인천국제공항 배후단지로 주목을 끌었던 영종도 '운서지구'에서도 프리미엄을 노렸던 투자자들이 입주를 포기하면서 '빈집'이 늘고 있다. 인근 중개소마다 매물도 쌓여가고 있다. 지난 7월 입주를 시작한 금호베스트빌 1차(32평형 3백60가구)의 입주율은 7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입주가 이뤄지는 풍림아이원1차 24평형의 경우 2천만원까지 치솟았던 프리미엄이 사라진 지 오래다. 분양가인 1억1천만원대에 나온 매물이 수두룩하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분양 당시 투자메리트가 부각돼 한 사람이 분양권 10개를 사기도 했다"며 "입주가 임박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외에는 서울진입로가 없는 등 현실적인 불편함이 불거지자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곽창석 닥터아파트 이사는 "그동안 이상급등한 아파트값 거품이 빠지면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