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종합] 5개월 최고수준 경신, "시장 불안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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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이틀째 상승, 5개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경신했다.
일중 급등락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트 장세를 연출, 장중 1,266원까지 올라선 뒤 오름폭을 줄여 1,260원 밑에서 마감했다.
시종일관 불안감이 시장을 잠식했다. 돌발적인 역외 매매동향, 담배인삼공사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발행과 관련한 매매 혼선, 정책당국의 불편한 심경 등 방향 잡기 힘든 변수가 시장을 배회했다.
개장초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움직임은 역외매수, 주식순매도분 역송금수요 등이 분위기를 뒤집었다. 은행권은 담배인삼공사 주식예탁증서(DR)발행에 기대 달러매도초과(숏)상태였다가 급하게 손절매수했다.
그러나 고점에서 모습을 드러낸 DR물량은 환율을 끌어내렸고 포지션 처분이 막판 이어졌다. 업체 수급은 자취를 감췄다.
시장 전반적으로 '적정레벨'에 대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절대 레벨에 대한 경계감과 상승 추세에 대한 믿음 등이 혼재된 채 불안정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70원 높은 1,259.50원에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5월 17일 1,261.6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가리켰다.
이날 장중 고점은 지난 5월 17일 장중 1,270.50원까지 올라선 이후 가장 높은 1,266.00원, 저점은 1,255.00원을 기록했다. 환율 하루 변동폭은 11원에 달해 전날 16.10원에 이어 10원 이상의 진폭을 기록했다.
◆ 위아래 열린 흐름 = 시장이 얇은 상태에서 환율 움직임이 '오리무중'이다. 순간적인 수급상황의 변동에 의해 급격하게 몰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추가 상승과 반락 조정 사이에서 고민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정책당국에서 물가불안 등을 감안했음인지 환율 상승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고 레벨에 대한 경계감이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자금에 대한 기대심리도 잠복해 있다.
반면 미국 서부항만 파동으로 국내 업체들의 네고물량 공급이 여의치 않다. 상승세를 예측한 결제수요의 유입만 두드러질 뿐이다. 위험은 양방향으로 존재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손바뀜이 활발했으며 혼란을 부르는 요인이 많았다"며 "당국에서도 너무 오르니까 물가불안을 감안했음인지 DR을 대충 처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단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될 것 같고 어디가 적정레벨인 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될 것"이라며 "조정은 있어야 할 것 같으나 장 흐름을 잡기가 어려워 다음주 1,250~1,270원 수준에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담배인삼공사 DR이 혼선이 빚었으며 정책당국의 의지가 실린 것 같다"며 "역외와 국책은행 등은 한 방향이 아니고 혼조국면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1,260원대 돌파여부가 또 하나의 관건"이라며 "오늘 고점이 오버슈팅이면 1,260원은 조정받을 수 있으며 정상거래라면 1,280원까지 상승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 역외매수의 '힘', 원/엔 1,020원 육박 = 역외세력이 '언제 어느 때' 등장해 시장을 뒤흔들지 모르는 다크호스다. 시장 상황에 대한 인식의 엇갈림과 수급이나 포지션 파악이 여의치 않아 시장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담배인삼공사의 DR발행을 둘러싼 '설왕설래'는 시장에 혼선을 가져왔다. 이를 감안한 선매도나 예상보다 적은 발행분은 환율 상승요인이 됐다. 이날 가격이 결정된 공사의 DR 발행규모는 당초 목표치인 3억3,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한 2억3,000만달러로 줄었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아 할증 발행하면서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 역외매수, 결제수요 등이 유입됐으나 고점에서는 DR물량이 본격적으로 공급, 환율 레벨을 깎아내렸다.
전날 뉴욕에서 123.53엔으로 마감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름세를 확대, 124엔 등정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일본은행(BOJ)이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은행 부실채권 해소를 위한 자금 준비 의사를 밝혔으나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는 엔화를 약세로 몰랐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5시 35분 현재 런던장에서 124.14엔을 기록중이다.
엔/원 환율은 원화 약세의 급속 진행으로 100엔당 1,020원대로 올라서기도 했으나 차츰 반락, 같은 시각 1,013원선을 가리키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713억원의 매수우위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 51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전날 순매도에서 하루만에 방향을 틀었으나 환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오히려 앞선 순매도분에 대한 역송금수요의 유입이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날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주가는 이날 소폭 올랐으나 환율과는 무관했고 외국인도 주식순매수로 돌아서는 등 연일 엇갈린 갈짓자를 그리고 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1,260원대 진입을 반영, 환율은 전날보다 0.70원 높은 1,258.50원에 출발했으나 곧 하락 반전, 오전 9시 46분경 저점인 1,255.00원까지 밀렸다.
그러나 역외매수 등으로 차츰 낙폭을 축소한 환율은 10시 23분경 전날종가 대비 상승으로 방향을 바꿔 10시 40분경 고점인 1,266.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환율은 담배인삼공사 DR분 공급 등으로 차츰 반락, 11시 58분경 1,260.70원까지 내려선 뒤 1,260.8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50원 낮은 1,260.3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차츰 오름세를 강화, 오후 2시 31분경 1,263.30원까지 올라섰다.
이후 1,261~1,262원을 오가던 환율은 역외 매수세로 3시 43분경 1,265.50원까지 급상승했으나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 처분으로 4시 1분경 1,258.00원까지 속락했다. 환율은 은행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며 일시적으로 1,260원대를 거닌 외에 대체로 1,258~1,259원에서 활발한 거래가 이뤄졌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1억3,950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2,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8,100만달러, 8억8,600만달러가 거래됐다. 14일 기준환율은 1,261.1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