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같은 愛鄕 남프랑스] '佛! 빛.佛! 꽃' 아를르

강렬한 인상파 화가, 고흐(Vincent Van Gogh). 노란 색 카페와 파란 하늘, 그리고 사람들로 이루어진 '밤의 카페, 테라스'란 그림엔 해질녘의 아름다운 모습이 정감있게 표현되어 있다. 그림 속의 풍경은 바로 남프랑스의 작은 도시, 아를르. 고흐와 세잔, 로트렉 등 당대를 풍미했던 화가들의 생생한 흔적들이 프로방스 지방엔 지천에 핀 라벤더 만큼이나 풍성해 특별한 길안내를 해주고 있다. 고흐가 아를르의 풍광과 색감, 감성을 아무리 잘 표현했다고는 하지만 그림만으로 아를르의 정수를 완전히 느끼기엔 뭔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정감 있는 오렌지빛의 지붕들, 계절마다 피는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한 프랑스식 덧창, 그럴듯한 곡선을 그리며 골목을 비추는 에콜로지풍의 전등들. 그리고 어디서나 만나는 로마시대의 흔적들은 그림이 아닌 다리품에 의해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매력들이기 때문. 하지만, 아를르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흐를 길 안내자 삼아 여행코스를 계획한다. 그만큼 아를르를 완벽하게 홍보해 주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아를르의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로마시대의 투기장, 아레네(Arenes)와 로마시대의 흔적을 찬찬히 훑어볼 수 있는 고대극장(Theatre Antique)이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지만 사람들은 고흐가 그림 속에 표현했던 장소들을 찾는데 여념이 없다. 음울하고 햇빛이 적은 네델란드 출신의 이 화가는 "예술의 미래는 남 프랑스에서 발견되어진다.(The whole future of art is to be found in the South of France)"라고 표현할 만큼 남프랑스 지역을 좋아했다. 그가 도착했을 때(1888년 2월20일), 그는 35세였고 이듬해 3월3일까지 체류했다. 어빙 스톤이 쓴 고흐의 전기를 읽으면 아를르가 그에게 얼마나 풍요로운 환경을 제공했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다. 고흐가 인상파를 접했던 곳은 파리였지만 눈의 감각을 토대로 색채에 의한 조형을 터득하여 '황색의 집', '해바라기' 같은 연작 시리즈들을 그린 곳은 전부 아를르였다. 아를르에서 그가 그렸던 풍경과 끊임없이 화폭에 옮겼던 올리브 나무들, 해바라기, 그리고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그의 그림을 팬널로 만들어서 옆에 세워놓고 관광객들로 하여금 그때를 돌아보게 만든 점 등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꼽자면, 1888년 9월에 그린 'Cafe le soir'에서 바라본 'Nuits Etoilees(Starry Nights)'. 현재 아를르에는 그런 고흐를 기리기 위해 고흐재단이 설립(1962)되어 있고, 고흐의 작품은 아니지만, 현대화가들에게 고흐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제작, 수집해서 전시하고 있다. 모사본과 도서, 포스터, 기념품 등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고흐에 관한 각종 기념전을 개최해서 고흐에 관한 끊임없는 기념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적어도 아를르에서 고흐는 더 이상 死者가 아니다. 생생하게 사람들 마음 속에 현존하는 아름다운 화가인 셈이다. 이유진 (객원기자) 현지취재협조 = 프랑스관광성(02-776-9142), 에어프랑스(02-3788-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