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격증 시대 .. 강석인 <한국신용정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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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kang@nice.co.kr
외환위기를 전후해 인력채용에서 나타난 큰 변화 중 하나가 자기소개서에 나열된 각종 자격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점이다.
취업대란으로 직장을 구하는 사람은 자신을 차별화하는 수단으로써 자격증을 내세우는 것 외에 뚜렷한 방법을 찾기 힘들고,많은 취업대기 인력은 자격증 관련 교육훈련기관에 매력적인 수익원이 되었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자격증 시장이 급팽창한 것이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면서 자격증도 미국 자격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금융권만 놓고 보면 회계나 재무 분야의 미국 자격증 취득수요가 가히 열풍적이라 할 만하다.
똑같은 분야에 국내 공인자격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격증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아마도 자격증에 대한 대우가 다르다고 보기 때문일 게다.
사실 미국의 자격증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격증 취득 여부에 따라 현업에서 맡을 수 있는 업무영역이 달라지고 연봉 또한 달라진다.
자격증과 실무능력 및 성과가 실질적으로 비례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국내의 자격증을 보면 공인회계사 변호사 의사 등 정부가 주관하는 몇 안되는 국가공인자격증과 민간에서 주관하되 노동부가 인정하는 6백개가 넘는 공인자격증,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인정하는 2백여개의 자격증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정부가 주관하는 자격증이 대우를 받는 것은 그 분야에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날 것이라는 점도 작용하지만 희소성 또한 크게 작용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국내에도 금융서비스 분야에 공인자격증이 다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국내 자격증 소지자에 대한 대우는 미국 자격증 소지자에 대한 대우보다 못한 것 같다.
자격증 부여와 이용 시스템을 되돌아 봐야 할 대목이다.
자격증과 실무에서의 능력발휘가 제대로 연계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는지,희소성만 강조해 지나치게 정원을 축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금융회사들도 자격증 취득만 요구하고 자격증에 걸맞은 대우는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금융서비스 분야의 교육훈련기관에는 연수 인력으로 넘쳐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이러한 인력수요에 발맞춰 관련분야의 전문자격증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자격증과 실무능력의 관계가 검증돼 제대로 대우받는 국내 자격증 제도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