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제2주제 : 다국적기업들, 한국시장 진출 채비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에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를 잇따라 설립하고 있다. 독일의 세계적 화학회사 머크는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용 액정을 개발·생산하는 연구센터를 지난 8월 경기도 평택에 설립했다. 머크는 "LCD 초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무한한 잠재성을 인정해 한국행을 결정했다"며 "연구개발 비중이 절반이나 되는 생산기지를 해외에 짓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세계 20위권 반도체 메이커인 미국 페어차일드는 패키지분야 글로벌 R&D센터를 내년 9월에 부천에 짓기로 했다. 매출 1백조원 규모의 독일 종합기계회사 지멘스도 차세대 초음파 의료기기를 한국에서 개발해 세계에 공급키로 했다. 미국 하니웰은 미국에 있던 자동화기기 분야 글로벌 R&D기능을 한국하니웰의 천안 연구소로 옮기고 있다. 하니웰의 최기순 이사(R&D센터 설립 코디네이터)는 "미국 유럽에 있던 R&D 기능을 성장 시장인 아시아로 옮기는 다국적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기술이 있지만 유지비용이 비싸고 시장도 정체돼 있으며 중국은 넓지만 인프라와 인력 수준이 낮다"며 "따라서 한국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력이 우수하고 IT 인프라가 발달했다는 평가인 것이다. 한국이 세계적인 기술과 구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도 한국 이전의 이유로 꼽힌다. TFT-LCD가 그 사례다. 머크의 경우 TFT-LCD용 액정 생산량의 60%를 한국의 삼성전자 LG필립스LCD 하이디스에서 구매하고 있다. TFT-LCD용 필름을 생산하는 한국쓰리엠이 유일한 디스플레이 분야 R&D센터를 한국에 지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국적 기업의 R&D센터 설립을 통해 한국은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한국하니웰은 내년까지 2백여명의 연구원을 뽑고 이들을 전원 미국과 영국 연구소에 보내 3∼6개월간 연수시킬 계획이다. 지멘스는 초음파 관련 기초연구를 서강대와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머크 지멘스 하니웰은 개발뿐 아니라 생산까지 함으로써 고용과 수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