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맨파워 시대] 은행 '스페셜리스트'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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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에 전문가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은행들이 사활을 건 금융 서비스 경쟁에 나서면서 큰손(거액 자산가)들의 자산운용을 돕는 프라이빗 뱅커(PB)나 '0.1초의 승부사'로 불리는 외환딜러 등의 몸값은 상한가를 치고 있다.
반면 전문분야가 없는 은행원들은 금융위기 이후 수시로 몰아치는 감원태풍에 떨고 있다.
은행권에도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만 살아남는 시대가 본격 도래한 것이다.
은행권에서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전문직종들을 살펴본다.
프라이빗 뱅커
은행권에 '큰손 고객'을 잡기 위한 프라이빗 뱅킹 쟁탈전이 가열되면서 PB가 최고 인기직종으로 뜨고 있다.
PB란 은행의 VIP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은 물론 부동산.증권 등 재테크 상담부터 세무 법률 자문까지 1 대 1 서비스를 해주는 전문가를 말한다.
최근 은행간 전문가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행장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PB도 탄생했다.
PB의 생명은 전문성과 신뢰성이다.
세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그야말로 모르는게 없는 '슈퍼맨'이 돼야 한다.
PB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 대부분이 투자상담사 금융자산관리사 등 2~3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
외환 딜러
미국 달러화 등 세계 각국의 통화와 파생상품을 사고 파는 거래를 하는 전문가.
기업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거래하기도 하고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매매에 나서기도 한다.
메이저급 딜러의 경우 하루 한도가 1억달러를 넘는다.
외환시장은 날마다 승패가 명확히 드러나는 곳이기 때문에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큰 이익을 낼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외환딜러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니터 앞에서 매일 피말리는 승부를 벌여야 한다.
대신 전문 외환딜러들중에선 억대 연봉을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현재 은행권에는 90여명의 외환딜러가 활동중이다.
금융시장 개방이 가속화됨에 따라 국제적 외환거래가 더욱 많아지면서 외환딜러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리스크 매니저
IMF 사태와 함께 부실의 늪에 빠져 있던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눈을 뜨면서 떠오른 직종.
리스크매니저가 관리하는 리스크는 금리.환율.주가 등 시장변동에 따른 위험이나 자금의 만기 불일치로 인한 위험은 물론 부적절한 내부의 절차인력 시스템 및 외부사건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실위험까지 포함한다.
종합적인 리스크 상황을 파악해 대규모 손실로 인한 경영상의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일인 만큼 전문성은 필수다.
이에 따라 FRM(Financial Risk Manager.재무위험관리사) 자격증을 따 전문가의 길로 들어서려는 은행원들도 늘고 있다.
국내 은행에서 리스트관리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람은 1백50명 정도.
외부에서 스카우트된 일부 리스크매니저 가운데는 억대 연봉을 받는 경우도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서
프로젝트 파이낸스란 사회간접자본(SOC) 공사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사업에 자금을 대출해 주는 첨단금융기법.
대규모 투자사업에 대해 미래에 발생할 수익을 담보로 거액의 자금을 빌려주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대출규모가 크고 안정적인데다 일반 기업대출보다 수익성도 높아 은행권 자금운용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독점하던 국내 프로젝트 파이낸스 시장에 최근 국민 신한 서울 등 시중은행들도 잇따라 출사표를 던짐에 따라 프로젝트 파이낸서는 전문직종으로 인기가 오르고 있다.
업무는 SOC 건설과 대규모 민간 프로젝트 등에 대한 금융주선부터 기업인수 및 합병(M&A) 중개, 무역금융 자문 등 다양하다.
특히 리스크가 큰 만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종으로 꼽힌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