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망] 상승 추진력 여전, "당국 입김 주목"

환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파죽지세의 오름세를 시현하며 과열된 양상을 보였던 지난주에 이어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역외세력의 매수세가 시장에 여전한 위력을 발할 여지가 있다. 시장에 공급될 물량도 많지 않은 점도 상승 쪽에 힘을 모은다. 10월 셋째 주(14~18일) 환율은 '고점 확인'을 위한 과정이 진행되면서 '적정 레벨'을 찾는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상승과 조정의 기로인 셈이지만 시장 제반여건이나 변수는 상승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이 사실. 불안감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장 흐름 자체를 읽기 어려울뿐더러 포지션 파악도 쉽지 않다. 공급보다 수요가 우세한 수급상황은 여전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레벨과 정부 개입 경계감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여부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물가부담을 감안해야 할 정책당국도 신호를 보낼 찰나다. 담배인삼공사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물량분은 어느정도 시장에서 소화됐을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 추가상승, 어렵지 않다 = 한경닷컴이 외환딜러 16명을 대상으로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46.31원, 고점은 1,274.25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233.60원과 고점인 1,266.00원에서 상향한 수준. 조사결과, 위쪽으로는 6명의 딜러가 '1,280원'까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지목했다. 이어 4명이 '1,275~1,278원', 3명이 '1,270원'을 고점으로 점쳤다. 나머지 2명과 1명이 각각 '1,265~1,267원', '1,260원'을 상승의 한계로 전망, 1,260원대에 레벨에 대한 부담감을 보였다. 아래쪽으로는 6명이 1,250원을 저점으로 지목했다. 이어 5명이 '1,240~1,243원', 4명이 '1,245~1,248원' 하락의 한계로 지목, 1,240원대에서 하방경직성이 강화됐음을 확인했다. 소수 의견으로 1명이 '1,255원'에서 하락이 막힐 것으로 예상했다. 전반적으로 환율의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됐다. 저항선다운 저항선이 존재하지 않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1,280원을 다음 타겟으로 삼고 있다. ◆ 걷잡을 수 없는 오름세 = 지난주 환율은 예상외로 강한 급등세를 시현, 1,250원대를 등정했다. 일시적인 조정을 제외하고 5거래일 가운데 나흘동안 상승했다. 환율은 주초부터 한동안 뜸했던 역외매수세의 유입과 공급물량의 부족으로 쉽게 1,240원대로 올라섰다. 주중반 소폭 조정을 거쳤던 환율은 이머징마켓 통화 약세와 역외매수세의 재개로 지난 금요일 5개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인 1,266.00원까지 치솟았다. 담배인삼공사의 DR발행과 관련, 선매도와 손절매수의 엇갈린 행보가 시장을 출렁이게 만들기도 했다. 레벨 부담감이 상존했음에도 급한 오름세를 보였던 환율은 주말을 앞두고 포지션 처분이 일어나며 1,259.50원에 한 주를 마무리했다. 직전주 종가(1,232.40원)보다 무려 27.10원이 상승한 것. ◆ 수요우위의 장세 = 역외세력의 매매동향이 최대 관심사이다. 지난주 역외세력에 휘둘린 국내 외환시장의 학습효과를 염두에 둔다면 거래패턴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역외세력은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달러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최근 이머징마켓의 경제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역외세력은 다양한 이유로 인해 달러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시각이 차츰 악화되고 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가 차츰 오름세를 보이는 등 한국물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도 약세장을 거듭하며 600선 밑으로 내려섰다. 역외세력은 아시아 주식시장이 투자의 대안처로서 충분치 않자 주식순매도에 나서고 있으며 주식헤지를 위한 달러수요도 만만치 않다. 환율 상승에 따른 헤지성 주식매수가 부각되고 있는 것. 또 담배인삼공사 DR발행과 관련, 연기 가능성과 발행 규모 축소가 달러매수를 불렀다. 윤종원 ABN암로 딜러는 "이머징마켓에서 공통적으로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담배인삼공사 DR물량이 있었음에도 소화된 것으로 보아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업체 참여는 미지근하다. 특히 네고물량 공급의 경우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미국 서부항만 파업에 따라 선박으로 물량을 보낸 업체들의 대금회수가 신통찮기 때문이다. 달러매도의 부재를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 이와 함께 환율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결제수요만 급하게 유입되고 있다. 환율 상승기의 전형적인 '리즈 앤 래그' 장세가 형성된 셈. 네고물량은 뒤로 물리고 있는 반면 결제수요는 '더 이상 오르기 전에 사놓자'는 인식이 강화됐다. 정유사나 에너지업체의 매수세가 하방경직성 유지에 힘을 싣고 있다. 아울러 환율 수준이 내려오면 이를 받겠다(저가매수)는 마인드가 강하다. 적극적인 추격 매수는 레벨부담이 있지만 특정 레벨에서의 매수는 '거리낄 것이 없다'는 심리가 확인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 숨겨진 외국인직접투자(FDI)자금의 출회와 담배인삼공사 DR분이 아직 남아 있을 여지로 인해 상승이 제한될 것이란 소수의 견해도 있었다. ◆ 정책당국 움직임에 '촉각' = 환율 급등세가 물가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정책당국도 차츰 불편함을 보일만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시장 참가자들의 시각. 이에 따라 추가 상승시 가파른 상승을 자제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본격적인 행보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주 1,260원대에서 국책은행의 매도세가 당국의 제스춰로서 이를 대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급등에 따른 조정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1,250원대 저항선이 너무 쉽게 뚫려 1,260원대까지 다다랐음을 감안, 과다상승(오버슈팅)이면 1,260원대에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반면 정상적이었다면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란 예상. 또 역외세력도 1,260원대에서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에 나섰음을 감안하면 매수세가 강하게 나올 지 지켜볼 여지가 있다. ◆ 달러/엔 추가 상승 가능성 = 달러/엔과의 무뎌진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디플레 우려와 은행권 공적자금 투입여부를 놓고 엔화는 더딘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화의 약세 진전이 더욱 가파르게 진행됐다. 엔/원 환율은 지난주 한때 100엔당 1,020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달러/원의 급등을 제한할 여지가 있다. 일본은행(BOJ)이 은행 보유주식 손실 보전을 위해 2조엔을 투입키로 했음에도 그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지난주 말 124엔대로 올라선 달러/엔의 추가 상승여부가 일정부분 국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