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법대 여교수

마리 퀴리(1867∼1934)는 1903년 방사능 연구로 남편 피에르 퀴리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지만 소르본대 교수직은 남편에게 돌아갔다. 이 위대한 여성과학자에게 교수직이 허락된 건 1906년 피에르가 사망하자 은퇴하고 연금이나 받으라는 정부의 압력에 맞서 피나는 투쟁을 한 뒤였다. 창설 7백년 만에 첫 여교수가 된 그는 5년 뒤 혼자 노벨화학상을 수상,어떻게든 여성의 능력을 폄하하고 싶어하던 학계에 쐐기를 박았다. 국내의 경우 여성에 대한 대학사회의 빗장은 지금도 여전히 단단하다. 여성 박사학위 소지자는 70년 3.6%에서 지난해 22.9%로 급증했는데도 같은 기간 여교수 비율은 9.5%에서 겨우 14.1%로 늘었을 뿐이다. 그나마 국공립대는 8.8%고 서울대는 더 낮아 7.6%밖에 안된다. 유엔이 남녀취학률 문자해독률 등으로 산출한 남녀평등지수(GDI)는 1백46개국 중 29위로 높은데도 여성의 정치경제 활동 등을 나타내는 여성권한척도(GEM)는 64개국 중 61위인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급기야 서울대 여교수회가 5년 안에 여교수 임용비율을 10%까지 올리는 '여교수 임용할당제'를 촉구하고 정부에서도 국공립대 여교수 비율을 20%까지 늘리는 채용목표제 도입을 추진한다지만 정작 대학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서울대 '대학신문'이 재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교수할당제에 대해 학부생 47.1%,석사과정 45.9%가 찬성한(반대는 학부 19.4%, 석사 19.6%) 가운데 서울대 법대생들이 여교수를 채용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균형적이고 완전한 법 해석을 위해 여성적 관점에서 보고 가르칠 사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학생 비율이 24.3%나 되는데도 여교수가 한 명도 없다는 건 그동안 여자 졸업생이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리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여교수회나 학생들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이제쯤 여성들에게 기회를 줄 때도 되지 않았을까. 단순한 남녀평등의 문제를 떠나 국가 발전을 위한 보다 풍성한 인재풀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