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차이나 임팩트] 제2부 : (2) '중원을 누비는 한국 비즈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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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시 동부에 위치한 왕징(望京)마을은 '코리아 타운'으로 불리는 곳이다.
해거름 이곳 신청아파트 단지에 있는 낙원상가는 바빠지기 시작한다.
퇴근길 찬거리를 사들고 들어가는 중년 여성, 당구장을 기웃거리는 학생, 비즈니스 모임을 가지려는 샐러리맨들로 상가는 북적댄다.
그들이 찾는 가게는 '고향산천' '참새와 방앗간' '서울 비디오' '한성 부동산' 등 대부분 한글 간판이다.
왕징 신청에 사무실을 내고 있는 미래의학연구소 김우진 사장은 "약 2만여명의 한국인이 신청아파트 부근에 거주하고 있다"며 "차이니스 드림이 익어 가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상하이 홍차오(虹橋)공항에서 멀지 않은 구베이 아파트 단지.
이곳 모습도 베이징 왕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하이 거주 한국인들의 절반 가량이 모여 살고 있는 구베이에도 코리아타운이 형성돼 있다.
많은 한국인들이 비즈니스를 위해 중국에 왔고, 이제 타운을 형성할 만큼 성장했다.
그렇다고 한·중 경제협력을 위해 뛰고 있는 한국 비즈니스맨들이 모두 중국 대도시에 모여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오지에서 뛰는 사업가와 회사 주재원들도 많이 있다.
서부 신장성 우루무치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고 있는 한화 우루무치법인의 박영일 이사.
그는 4년 전 우루무치에 처음 왔을 때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하고 놀랐다.
5개월은 여름, 6개월은 겨울이었다.
겨울에는 영하 30도 추위에, 여름에는 영상 30도 이상의 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어떤 악조건도 세제원료 공장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박 이사는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사업에 나섰다"며 "한국인 특유의 오기 하나로 버텼다"고 말했다.
서서히 실적이 오르기 시작, 가동 2년 만에 흑자를 냈다.
거친 자연환경은 그래도 참을 만하다.
중국인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는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제품 생산이 궤도에 오를 만하면 똑같은 브랜드의 가짜상품이 시장에서 버젓이 팔린다.
2년 전 톈진에 가발공장을 설립한 S사가 그런 경우다.
5억원을 투자해 시작한 가발공장은 초기엔 한국의 5분의 1밖에 안되는 비용 덕에 잘 나갔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문을 닫고만 것이다.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버스사업을 하고 있는 금호고속 투자업체인 한광(漢光)고속의 이송호 법인장은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한 대표적 인물이다.
사업 초기 무한-이창(宜昌)을 달리던 한광고속 버스는 빈차로 달리기 일쑤였다.
이 법인장은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사업을 밀고 나갔다.
그 결과 지금은 중국 승객들이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호고속을 일부러 골라 타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한국 비즈니스맨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광둥성 광저우(廣州)의 종합 가전 유통점인 둥쩌(東澤)전기의 딩웨이 부사장.그는 "한국 비즈니스맨들에게는 다른 나라 사람에서 발견할 수 없는 특이한 그 무엇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업가들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중국인과 함께 어울려 끝까지 술을 마시고 집요하게 공략한다"며 "다른 외국인들은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자질"이라고 지적했다.
중원을 공략하고 있는 한국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지난 월드컵대회에서 한국 축구팀이 보여준 '핀보(필사적 공략) 정신'이 살아있다는 얘기였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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