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등 현안立法 '시계 제로'
입력
수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관련법 제.개정안들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대폭 수정되거나 아예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 소속 일부 의원들의 당적 변경으로 한나라당의 국회 의석이 과반수를 훨씬 넘어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이 이해관계가 얽힌 법안들을 쉽사리 처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5일 근무제 시행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월차 유급휴가 폐지 등이 포함된 경제특구법 제정안, 부동산 양도세를 대폭 강화키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 등은 논란의 여지가 많아 앞으로의 여정이 험난할 전망이다.
◆ 선거 앞둔 이해대립 첨예
정부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확정,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김영주 재경부 차관보는 "재계와 노동계 내부에서조차 주5일 근무제를 놓고 서로 다른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어차피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만들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등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개정안 저지 로비에 나서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노동계도 반대 파업을 외치고 있다.
경제특구법안도 노동계 등의 반대로 쉽사리 통과되기는 어려워졌다.
정부는 한국을 아시아지역 비즈니스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특구 내에 입주하는 외국계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지만 노동계 반대와 국내 역차별 문제로 적지않은 논란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 선거에만 쏠린 정치권 관심
국회에서 경제관련 법안들을 처리해야 하는 정치권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다.
민주당은 소속의원 집단이탈 등 내홍에 휩싸여 경제관련 법안을 논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현대상선을 통한 대북 자금 지원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하는 등 정치공세의 강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부동산 양도세 중과를 포함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장기 주택보유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 시행과 경제특구 설치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특정 계층의 표를 잃을 수 있는 법안에 동의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 각 당간 초당적 협력도 의문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정치권은 경제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초당적 비상경제대책 협의기구 설치'를 제안하고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과 후보들이 함께 참여하는 '경제영수회담' 개최를 주장하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