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과학수사

'과학수사대 CSI(Crime Scene Investigation)'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경 현장감식반의 활약을 다룬 미국 CBS의 수사물이다. MBC를 통해 국내에도 방송되는 이 드라마엔 곤충학자인 길 그리섬 반장을 비롯한 5명이 등장,현장 상황과 흔적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정밀분석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이들은 피살자의 상처를 보고 범행에 쓰인 흉기를 찾고,폭발된 자동차 조각을 통해 터질 당시 보닛의 개폐 상태를 알고,탄환 자국이나 창문이 부서져 나간 방향을 보고 총을 어디에서 쐈는지 구분한다. 조사 과정엔 혈액·타액·정액·유전자ㆍ지문 감식, 총기·탄알ㆍ문서ㆍ필적 감정은 물론 물리학 화학 음향학 토양학 원리까지 등장한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이처럼 첨단 장비·기자재와 과학적 지식·기술을 총동원하는 게 과학수사다.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 다양화되는데 증인 확보나 탐문,자료수집엔 한계가 있는 만큼 과학수사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실제 DNA판별이 적용됐던 O J 심슨 재판 이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워싱턴 연쇄 저격사건 수사만 해도 총알 발사 때 탄피에 남는 자국을 비교해 동일범 짓임을 알았다는 것이다. 물체를 처음 볼 때와 다시 볼 때의 뇌파 차이를 이용한 '뇌 지문' 인식기술도 곧 나오리라는 소식이다. 하지만 연쇄 저격사건 용의자를 못잡자 수사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상당부분 'CSI효과',즉 수사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법의학부(법의학과·생물학과·범죄심리과·문서사진과)와 법과학부(약독물과·마약분석과·화학분석과·물리분석과·교통공학과)가 부검 및 감식을 통해 각종 사건의 원인을 밝힌다. 그러나 DNA검사 수준이 미국 못지 않다는데도 개구리소년의 사인은 오리무중이고 '김대업 테이프' 성문 분석 또한 어렵다고 한다. 드라마와 달리 현실에선 DNA판별에만 2개월이 걸리고 시행착오도 많은 만큼 인내가 필요하다지만 언제쯤 이런 일들의 명쾌한 결과를 볼 수 있을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