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벽 허문 '사랑의 바자' ..목사.신부.스님, 난치병 어린이 돕기

서울 수유동의 목사 신부 스님이 난치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서 뜻을 모았다. 화계사 주지 성광 스님,천주교 수유1동 교회 이종남 주임신부,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송암교회 당회장 박승화 목사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오는 19일 수유동 한신대학원 운동장에서 '종교연합 사랑의 바자'를 연다. 올해로 세번째다. 재작년 첫 바자를 통해 마련한 2천만원으로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동네 이웃 7명을 도운 데 이어 지난해에는 4천8백만여원을 모아 난치병 어린이 16명에게 사랑을 전달했다. 이들이 뜻을 모으게 된 것은 1군 사령부에서 군종신부와 군승으로 활동하던 이 신부와 성광 스님이 10여년만에 우연히 만나면서부터다. 군에서도 각별하게 지냈던 두 사람은 재작년 연말을 기해 함께 좋은 일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게 됐고 기왕이면 교회도 동참토록 하자고 했던 것.송암교회의 박 목사 역시 흔쾌히 동참했고 한신대학원 운동장을 장터로 선뜻 내놓기도 했다. 교회와 사찰 성당은 이미 자체적으로 이웃돕기를 하고 있지만 이들이 힘을 합치자 많은 시너지 효과가 생겼다. 첫 해엔 행사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지난해엔 1만명 가까이 모이는 큰 행사가 됐다. 바자가 열리는 한신대학원 운동장에는 먹거리 장터까지 마련됐다. 종교연합 바자의 더 큰 성과는 준비과정에서 거두는 종교간 화합이다. 이들 세 명의 성직자들은 평소에도 만나 식사를 같이 하고 의견을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다. 송암교회 신문식 부목사는 "저번에는 화계사에서 세 분이 모였는데 성광 스님이 박 목사님한테 식사기도를 해달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신자들간의 교류와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각 종교의 신도대표 45명이 바자 준비를 위해 절과 성당 교회를 돌아가며 여덟차례의 모임을 갖는 동안 상대방의 종교를 더욱 존중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신 목사는 "특히 불교에 대해 배타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교회 신자들이 처음에는 껄끄러워하다가 일을 같이 하면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어울릴 정도"라고 전했다. 성광 스님은 "화계사 앞에 사는 나 장로라는 분은 매일같이 절에 올라온다"고 했다. 이들은 올해 바자에서도 5천만여원을 마련,난치병 어린이를 도울 예정이다. 신자들이 낸 기증품은 판매액 전액을,먹거리 장터에서는 재료비를 뺀 나머지를 후원금으로 쓴다. 또 신자들이 하는 사업체나 일반 사업자들도 바자에 참여해 판매액의 15%를 후원금으로 내놓는다. 성광 스님은 "사랑과 자비가 결집하면 고통중인 이웃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