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제2주제 : '허브' 구축 대안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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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T사 기술연구소는 지난 91년 설립 이래 한국기업과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한 실적이 없다.
과기부와 산자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공동연구사업에도 참여한 적이 없다.
핵심기술개발보다는 자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로컬화(localization)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사뿐만 아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대부분의 외국기업들도 마찬가지다.
R&D 프로그램이 개방되지 않고는 한국이 동북아 R&D 허브가 될수 없다.
외국기업들이 한국의 정부.기업과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하기 위한 키워드는 바로 프로그램 개방(openness)이다.
홍형득 밀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 R&D 사업의 일정부분을 공동연구를 전제로 외국 연구진에 좀더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기술개발지원사업 개방해야 =그동안 정부의 기술개발지원사업은 주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국내 진출 외국기업도 고용 창출과 기술이전, 세금납부 등에서 국내 기업에 못지않게 기여하고 있다.
모기업에서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대리점 형태가 아니라면 국내 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할 필요가 있다.
관계자들은 "국가안보 등 특정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정부 R&D 사업에 외국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기업이 정부지원으로 연구개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R&D 사업에 외국인 참여를 사실상 배제하고 있는 기초과학진흥연구법과 산업기술기반조성에 관한 법은 개정돼야 한다.
외국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대신 실질적인 협력효과를 거둘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채성 그리스도신학대 경영정보학부 교수는 "특허 등 기술개발 실적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연구가 부실할 경우 일정기간 정부R&D사업에 참여할수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동북아 R&BD 허브 프로그램 개발해야 =한국은 차세대 이동통신이나 인터넷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중국도 올해 이동전화 보유자가 2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동북아 IT 공동체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정부는 △차세대 이동통신에서의 동북아공동표준 개발 △디지털TV방송 표준 공동개발 및 호환성 확보 등을 중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만수 박사(대외경제정책연구원)는 "기존 정부 R&D 사업중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과 '디자인포장기술개발사업'을 각각 '글로벌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 '글로벌디자인포장기술개발사업'으로 확대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 일본 중국간 국제공동연구커뮤니티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개국 연구자들이 산업기술분야의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는 '동북아판 유레카(EUREKA) 프로그램'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외국기업이 국내 기업과 공동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소싱 수요를 충족시켜 주면서 개발에 참여한 국내 기업의 경쟁력도 키울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신성윤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선임연구원은 "가칭 'NEO R&BD(North-East Open R&BD)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 프로그램을 총괄할수 있는 국제연구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R&D 사업을 집적화하자 ='기술획득→제품개발→상품화→마케팅'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한 지역에서 끝낼수 있어야 R&D 허브가 될수 있다.
산업클러스터(cluster)가 부상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R&D사업을 집적화하려면 전략 육성 분야를 우선 선정한 뒤 이를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 기업연구소, 외국기업연구소들과 한데 묶어야 한다.
기능적으로 서로를 연결시키는 'R&D 클러스터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 외국기업의 R&D를 지원하자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 결과 국내진출 외국기업은 R&D 투자비의 93.1%를 내부자금으로 조달했다.
외국기업에 대한 정부의 R&D 지원을 단계적으로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외국기업과 국내 연구개발기관간 연계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정부 R&D 프로그램중 일정비율을 반드시 외국기업과 함께 하도록 쿼터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만하다.
외국기업이 국내기관과 공동연구개발을 하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은 국내 연구소에 대한 정보 부족이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외국기업이 국내 연구개발기관과 인력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수 있도록 자료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승욱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