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파리진출 10주년 '흙속의 옷'..파리지앙 사로잡은 '한복드레스'

올해로 파리 프레타포르테 진출 10년을 맞는 이영희는 "흙속의 옷"이란 주제로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멋지게 연출했다. "흙속의 옷"은 지난 99년 경기도 하남시에서 출토된 조선조 복식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조선조 상류사회의 화려함을 거의 오트 쿠튀르 수준으로 승화시켰다. 특히 저고리 없이 치마만으로 연출한 한복 이브닝드레스 시리즈는 뛰어난 자연색감과 우아한 스타일로 격찬을 받았다. 19세기 조선후기에 유행한 젖가슴이 노출될 정도로 짧은 저고리를 응용한 겨자색 초미니 상의도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의 미니화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전통 한복을 직접 봤다는 월간 모시의 오딜 기자는 "한복의 전통선과 실루엣이 서양 현대 패션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르몽드의 패션전문기자 로랑스 베나임은 "93년 "바람의 옷"으로 유럽 패션계에 첫발을 내디딘 이영희가 10년만에 "흙속의 옷"으로 우리에게 다시 한번 즐거운 놀라움을 선사했다"고 평했다. 주불 한국대사관 정원에서 열린 이번 컬렉션은 프랑스 주재 외교사절과 패션전문기자들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93년 처음으로 파리 프레타포르테에 진출한 이씨는 그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컬렉션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 디자이너다. 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여러 한국 디자이너들이 참가를 포기했을 때도 그는 유명 톱모델이 등장하는 패션쇼가 아닌 미술 전람회와 행위예술 공연 형식의 신작 발표회를 갖는 등 파리에서 발판을 다졌다. 당시 한국의상을 "기모노"라 부르던 유럽 패션계에 "한복"이란 패션 용어를 각인시켜준 주인공이기도 하다. 파리 컬렉션에 선보였던 "흙속의 꽃"은 오는 25일 용인시 기흥읍 상갈리 경기박물관(031-288-5300)에서 열리는 "조선의 옷매무새 특별전"의 부대행사 "이영희 패션쇼"에서 다시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