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경계감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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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수급호전속에 경계매물을 받아내고 있다.
기술적 반등권역이지만 쉽게 끝날 상승파동이 아니라는 인식이 쉽사리 반락흐름을 허용하지 않는 모습이다.
단기 바닥권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투자심리 호전과 외국인 매수확대 등 수급 호전이 맞물리며 선순환 상승 효과가 연출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난주 570대 저점을 찍고 나흘간 10% 남짓한 60포인트 상승폭을 기록한 만큼 추가상승을 위한 한차례 물량소화 진통도 예상되고 있다.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는 안도감이 자리잡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성급한 판단에 따른 비중 축소보다는 변동성을 감내하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 외국인 매수, ‘총알’ 공급 = 유동성 고갈로 타들어가던 시장이 외국인 매수 단비에 한 숨 돌리고 있다.
최근 외국인은 본격 매수세 전환을 예고하듯 거래소와 코스닥시장 모두에서 적극적인 매수세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급락장에서 대거 처분했던 국민은행 등 금융주와, 전기전자 등 낙폭이 컸던 경기 민감주로 저가매수세를 유입하는 모습. 코스닥의 대형주도 수혜를 입으며 급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는 프로그램 매물과 개인의 단기차익 매물을 소화하는데 기여했다. 16일 인텔의 실적 부진과 나스닥선물 급락을 이겨내며 630선을 회복하는 저력의 기반이 된 것.
시장에서는 이러한 외국인의 매수세에 대해 반가움을 표시하면서도 매수 내용 등 행태는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은행주의 경우 개인의 과대한 신용창출 부작용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급매수세로 전환해 향후 지속성 담보를 자신하기 힘들다는 지적.
이는 어느정도 가격메리트 논리에 따른 단기 매수일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매물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 보유기간이나 목표수익률이 과연 어느 정도일 지 곰곰히 따져봐야한다는 것.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 최근 발리 테러 폭발이후 동남아 시장을 떠나 국내증시로 들어왔을 가능성도 추정된다”며 “그러나 가격메리트를 기초로 한 것인 만큼 650선에 다가설 매물화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엄준호 선임연구원도 “매매주체별 매물대를 감안할 때 650선에서 외국인의 추가매수세 유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따라서 외국인이 주도한 대형주의 경우 추가상승 가능성을 배재할 수는 없지만 기관 등으로 손바뀜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탄력 둔화가 예상된다.
프로그램 매물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으나 기관의 손절매는 일단 중지된 흐름이다. 최근 고객예탁금의 증가속에 리스크를 안고 들어오는 개인자금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개인은 지난 9.11 사태시 9월 10~17일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증시에 집중 투입한 선례가 있다.
◆ 640~650선 고개 넘기 = 기술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650선을 앞두고 시장은 확인하고 가자는 심리가 강하다. 16일 지수는 나흘째 상승세를 이었지만 종목별로 경계매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당장 급락세가 재발할 기미는 적지만 일단 쉬어가는 흐름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
전형적 바닥의 모양을 만들고 있어 시장의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지만 가격메리트 말고는 당장 혼자 설만한 모멘텀이 없다는 점에서 단기조정은 자연스럽다는 지적이다.
미국증시의 폭등세를 유도한 기업체의 실적에 대한 큰 믿음은 힘들다. 3/4실적은 어차피 악화 예상치보다 호전된 수준이라는 정도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4/4분기 실적 전망에 눈을 돌려야 할 시점도 가까워 오고 있고 이에 대한 기대는 그리 높지 않다.
미래에셋의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지수상승이 단기간에 컸다는 점에서 시장리스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며 “추가상승이 어렵다는 전망이 오히려 허를 찔릴 가능성도 있지만 줄기찬 상승세보다는 반등의 고점을 만든 뒤 재상승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640~650선 부근이 처음 만나는 저항대로 보이며 이를 넘길 경우 700선까지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20일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해 좁은 등락속에 옆으로 기는 모습이 예상된다”며 “주식비중을 너무 줄일 필요는 없고 많이 오른 지수 대형주보다는 후발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엄준호 선임연구원은 “이번 상승은 지난 하락의 갭을 메우는 수준이며 3/4분기 실적 수준에 주가가 눈을 맞춘 양상”이라며 “크게 빠지기는 힘들지만 외국인이나 기관의 추가매수가 어려워 지수 정체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