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지식 이기주의 .. 이성용 <예쓰월드 대표이사>

sylee@yess.co.kr 피터 드러커는 새로운 사회에서는 지식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21세기 사회를 '지식사회'라고 규정했다. 새로운 경제에 있어서 지식은 단순히 전통적인 생산요소로서의 노동 자본 토지와 같은 하나의 자원이라기보다 '오직 하나의 의미있는 자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지식의 중요성을 인식,경영방침을 지식 경영에 두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지식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업들은 지식자원이 공유되지 않는 데서 오는 비효율을 제거하고 직원의 퇴사로 인해 지식자원이 사장돼 버리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지식관리시스템을 도입,각 개개인이 가진 지식자원을 회사가 체계적으로 수집 분류 저장 공유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하기 위해 지식을 등록하거나 지식관리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데 대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하고 직원의 PC에서 생성되는 도면이나 중요 문서들이 자동적으로 회사 서버에 저장 및 관리가 되도록 해 지식의 관리나 활용에 성공을 거둔 회사들도 있다. 이러한 지식경영의 추진을 통해 큰 성과를 거둔 기업들도 있으나 일부 기업에서는 제대로 정착을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기업의 담당자들은 실패의 요인으로 직원들의 인식 부족과 지식 이기주의를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즉 회사의 업무와 관련돼 자신이 취득하거나 연구한 자료들을 개인의 자산으로 생각해 동료들과 공유하지 않으려 하거나 다른 부서와 정보교환이 원활하지 않아 이로 인한 비효율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례로 국내 모 대기업 연구소의 한 부서에서는 어떤 프로젝트를 1년여에 걸쳐 연구하고 발표회를 가졌는데 그와 동일한 프로젝트를 다른 부서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심지어 회사에서 취득한 연구자료,업무정보 등의 지식자산을 다른 회사로 옮기는 데 유리한 조건을 획득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회사에서는 개인이 퇴사하면 그가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된 지식자산이 같이 소멸되는 경우가 많다. "업무로 터득한 경험이나 지식을 자신의 컴퓨터나 수첩에만 보관하는 것은 회사 공금을 개인계좌에 넣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한 전 제너럴 일렉트릭 회장인 잭 웰치의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