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범준 <수능교육 전문업체 '좋은책' 사장>

'강남의 인기 학원강사에서 중.고등학생용 참고서를 만드는 출판사 사장으로.' 수능교육 전문업체 좋은책(www.sinsago.co.kr)의 홍범준 사장(40)의 이력이다. 지난 89년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후 곧바로 학원강사 생활을 시작, 강남의 학원가에서 명강사로 인정받던 90년 그는 출판업에 뛰어들었다. "남들처럼 특별한 교육철학이라고 할 것은 없었죠. 단지 내가 지닌 지식을 강남의 일부 학생들에게만 전달하기보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참고서를 만들게 됐습니다." 홍 사장은 지난 90년 동료 2명과 함께 '학진평'이란 회사를 설립, 92년 첫 제품인 '서울대 수학'으로 참고서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현재 좋은책의 주력상품인 '신사고 시리즈'를 발간,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2세대 참고서시장의 선두그룹으로 떠올랐다. 96년 출시한 '수학Ⅱ(하)본고사 수학의 신해설'로 당시 서울대 본고사 수학문제를 적중시켜 수험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고등학생용 '신사고 시리즈'는 지난해 매출이 1백억원에 이르는 등 95년 이후 매년 20∼30%의 매출신장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학생들에게 기본을 심어주는 책을 만들자'는 그의 생각이 맞아떨어졌다. "고유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업체가 하는 것을 모방하기보다 알찬 내용과 참신한 편집으로 승부를 걸었죠." 기본을 중시하는 홍 사장의 생각은 경영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96년 사원지주제를 실시한데 이어 98년부터는 '사전예산제도'를 도입, 좋은책은 다른 업체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회사로 인정받고 있다. 사전예산제도란 내년도의 수입과 지출을 미리 예측.분석해 예산을 책정하는 제도다. 고객관리에도 품질보증제와 학습용 마일리지 '씽'을 도입, 고객우선의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 특히 놀면서 공부하는 에듀테인먼트 개념을 도입한 인터넷 공부방 '사이버 쌤'의 회원수가 10월 현재 8만여명에 달하는 등 학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객들의 이런 호응을 홍 사장은 사회 봉사활동으로 되갚았다. 지난 96년 서울 광진구청에서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무료수학교실을 열었다. 97년에는 중국 조선족 청소년들에게 2천여권의 책을 기증했다. 올해 태풍피해가 심했던 강릉지역 학생들에게 참고서 1천62권을 무상기증하기도 했다. 홍 사장은 요즘 업체들이 고유의 콘텐츠 개발보다 쉽게 고객을 끌 수 있는 디자인·마케팅에 주력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경영자가 아닌 수학자요, 교육자라고 생각한다며 기본에 충실한 교재를 만드는게 좋은책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철저한 시장조사로 수요자가 원하는 내용을 담은 교재가 결국 소비자에게 인정받는다고 믿습니다. 현재 3위정도인 좋은책을 3∼4년 내에 업계 1위, 브랜드선호도 1위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