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 가능성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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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오랜만에 비교적 큰 조정을 받았다.
수급호전과 기업실적 모멘텀으로 숨가뿐 상승랠리를 벌인 뒤 열기를 식히며 한숨 돌렸다. 대형통신주 등이 밀리며 650선으로 일단 후퇴했지만 시장심리는 추가 상승을 차분히 준비하는 분위기다.
주가가 5일선과 20일선 등 의미있는 저항선을 돌파했고 외국인 연속 순매수, 투신권 수익증권 자금유입, 고객예탁금 증가 등 유동성 보강이 기대감을 후원하고 있다.
다만 최근 급등으로 낙폭과대 논리가 상당부분 퇴색해 추가상승폭에 대한 기대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미국시장 안정과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당분간 이어진다면 수급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면서 의외의 시장 전개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
조정을 지레짐작한 주식비중의 축소보다는 상승 가능성을 열어두고 우량주 중심으로 보유하는 전략을 권하는 목소리가 많다.
◆ 심증은 위쪽으로 =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하지만 일단 상승 가능성이 식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V자형 급반등 양상과 수급 등 주변여건이 평범한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부여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추가자금 유입이 관건임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최근 투자주체들의 매매패턴 변화조짐을 볼 때 700선 도전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바닥권에서 개인의 단기자금이 발빠르게 유입된 데 이어 외국인 매수가 개인 매물을 소화한 점에서 수급 선순환의 단초를 찾고 있다.
국내외 주요기업체의 발표는 대충 마무리됐지만 아직 실적발표시즌이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기업체의 IR활동, 자사주매입, 고배당 예고 등의 재료가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며 최소한 자금이탈을 막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10월 후반 D램 고정거래를 인상하면서 DDR D램 하락전망에도 밀리지 않고 꿋꿋이 버틸만한 상황이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향후 어닝시즌이 2주 정도 남아 상승기간이 2~3주 정도 볼 수 있어 성급하게 매도에 가담할 필요가 없다”며 “다만 상승폭이 크지 않은 가운데 실적주, 외국인선호주, 옐로칩 등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는 종목별 차별화가 철저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690선 이상에 매물대가 집중되어 있어 아직 상승 여지는 남아있다”며 “외국인 매매는 다소 정체될 가능성이 높지만 주식배당수익이 채권수익을 초과하면서 중장기 펀드의 유입가능성도 있어 중장기 메리트는 있다”고 말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60일선이 위치한 690선 테스트가 문제며 돌발 악재만 없다면 조정거치면서 60일선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부담스러운 경제지표 = 기업실적 장세로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이젠 낙폭과대에 따른 가격논리가 해소되면서 펀더멘털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지난주 나온 미국이 9월 산업생산이 악화되며 국내 수출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증권 정무일 이코노미스트는 주간경제 전망을 통해 "지난주 미국 증시의 급등으로 시장심리는 다소 안정을 찾았다"면서도 "그러나 10월들어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는 여전히 펀더멘털에 대해 기존 보수적인 전망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9월 산업생산을 통해 본 미국 제조업의 4분기 경기전망은 산업별 편차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위축국면이 예상된다는 것.
더구나 우리나라의 수출국 비중은 여전히 미국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미국 제조업 경기둔화는 국내 수출 산업 위축을 암시하고 있다는 설명.
그러나 그는 "대중국 수출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의 7%대 성장 전망과 대(對) 중국 수출 품목 비중이 고부가가치산업인 IT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미국 산업경기 위축에 따른 국내 수출 하락 압력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와중에 국내 수출경기가 연말에 다소 주춤해지리라는 구체적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4개월후 수출 상황을 보여주는 수출 선행지표인 수출용 원자재 수입액이 지난달 29억5,800만달러로 작년 동기(31억1,041만달러)에 비해 4.9% 감소했다.
원자재 수입액은 7,8월 꾸준히 증가하면서 연말에도 수출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원유 가격 상승으로 연료부문 수입액(15억5,800만달러)이 전년동월대비 14.3%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증권도 주간경기 전망을 통해 국내외 증시의 단기급등은 실적치와 낮아진 기대치간의 갭메우기 과정으로서 추세적인 상승은 시기상조로 지적했다.
안전자산선호의 퇴조경향이 있으나 증시로의 본격적인 자금유입을 기대하기에는 펀더멘털 부담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 투매 이후 V자형 반등이 마무리되면서 국내증시는 펀더멘털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숨고르기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증권 류용석 선임연구원은 “10월말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여지를 남기는 정도이지 의미있는 반등시점은 지난 것으로 본다”며 “최근 시장 흐름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며 자금유입이 기대에 못미칠 경우 600~650선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주 미국에서는 월요일(21일) 9월 경기선행지수를 비롯해 23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경기보고서인 베이지북이 발표되고, 25일에는 9월중 내구재 주문과 9월 신규·기존 주택판매 동향이 발표될 예정이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