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칠레 FTA협상 합의실패] 3년 끈 협상 '금융'에 발목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서비스 시장개방이라는 새로운 쟁점에 발목을 잡혀 협상 타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실패했다. 그동안 양국간 FTA의 양대 쟁점이었던 농산물과 공산품 양허(시장개방) 협상안이 난산 끝에 가닥을 잡은 마당에 돌연 '금융'이 걸림돌로 떠오른데 대해 정부는 적잖게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칠레측이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을 매듭지으면서 금융서비스를 자유화하기로 한 만큼 한국에도 금융시장을 열어줄 것으로 내심 낙관했었다. 특히 '반쪽뿐인 FTA'라는 국내외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을 관철시킨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터여서 24일까지를 시한으로 한 정부측 검토 결과가 주목된다. 금융서비스 개방 관철이라는 한국 정부측 입장이 재확인되고 칠레가 이를 거부할 경우 지난 99년말 이후 3년 가까이 끌어온 한.칠레 FTA 협상은 완전 결렬될 공산이 커졌다. ◆ 막판 변수로 돌출한 금융 개방 김용덕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은 "칠레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는 없어 칠레시장이 개방되더라도 당장 거둘 실익은 크지 않다"며 "문제는 칠레와의 협정이 다른 나라들과 FTA 협상을 벌일 때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칠레측은 양국간 FTA가 발효되더라도 금융회사에 대해선 현행 외국기업투자촉진법(DL-600) 규정을 그대로 적용, 최혜국 대우 등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사과와 배를 관세철폐 대상에서 빼기 위해 주요 수출품인 냉장고와 세탁기를 FTA 예외품목으로 양보한 마당에 칠레의 금융시장까지 포기할 경우 투자.서비스 부문의 시장개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협상타결을 위한 막바지 노력으로 칠레측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금융시장 개방문제에 대해 수정 제안을 내놓았으나 이마저도 거부됐다고 밝혔다. 한국측 수정제안은 금융시장 개방을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 개발 아젠다(DDA·일명 뉴라운드)' 협상 후에 논의하거나 일정한 유예기간을 설정한 뒤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 시장접근 분야는 사실상 타결 양측은 이번 6차 협상에서 한국의 농수산물 시장과 칠레의 공산품 시장을 서로 맞바꾸는 양허안에 합의했다. 한국측은 국내 농업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쌀 사과 배 등 핵심 농산물을 개방 대상에서 뺐고 칠레는 이에 대해 세탁기와 냉장고를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지정했다. 나머지 공산품과 농.수산물은 단계적으로 관세가 폐지될 예정이다. 양국이 합의한 양허안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한.칠레간 FTA가 발효되는 즉시 자동차와 휴대폰 기계류 등을 무관세로 칠레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또 칠레산 쇠고기 닭고기 감귤 고추 마늘 양파 등의 농산물에 대한 관세철폐 문제는 DDA 논의 이후로 미뤄졌다. ◆ 앞으로 어떻게 될까 양국 협상단은 오는 24일까지 금융시장 개방 협상안에 대한 자국 정부 내의 입장 조율을 거쳐 협상 타결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협상안에 대한 검토 시한이 너무 촉박한 만큼 추가적인 협상 일정을 마련, 이견 절충을 계속해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양국의 협상 타결 의지가 강한 만큼 오는 24일까지 부처간 이견을 조율해 FTA 협상을 마무리하는데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승윤.정한영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