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쌀밥 .. 안종운 <농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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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만년 역사와 함께 형성된 우리 고유의 의·식·주는 1876년 개항 이후,특히 지난 70∼80년대 급격한 산업화의 결과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우선 우리 한복은 한말 이후 양복 양장 티셔츠 청바지 등에 자리를 내주고 이제 명절 때나 한 번 입어보는 전통 그 자체가 되었다.
대청마루가 있어 여름엔 시원하고,구들이 있어 겨울에는 따뜻하며,아름다운 처마곡선으로 우아함을 뽐내는 우리 한옥도 콘크리트 양옥과 아파트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다행히 쌀밥 김치 된장 고추장 등 우리 전통 먹거리는 여전히 우리 식탁에서 주역의 자리에 있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서서히 위기를 맞고 있다.
햄버거 피자 등 서구화·간편화된 패스트 푸드가 우리 음식과 나란히 식탁에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은 지난 90년 1백19.6㎏이던 것이 작년에는 88.9㎏으로 무려 26% 감소했다.
이러한 급격한 쌀소비 감소는 우리 전통식단뿐 아니라 쌀산업의 미래에도 어두운 전망을 예고한다.
요즘같이 다른 먹거리가 풍부하고 개개인의 취향과 선호가 뚜렷한 때에는 생산자가 품질 좋은 쌀을 공급하는 것 뿐만 아니라 쌀밥의 장점을 소비자 스스로 인식하고 선택하게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쌀밥 중심 전통식단은 곡류에 김치 등 채소류 육류 등을 적절히 조합시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각종 영양분이 조화를 이룬 균형식이라는 것이 다수 영양학자들의 견해다.
종종 쌀밥이 비만의 원인이라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는데 패스트 푸드에 비해 지방함량이 적고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밥 중심의 식사는 비만해결에도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한다.
4천만명의 비만인구가 있다고 알려지는 미국에서는 최근 한 비만환자가 대형 패스트 푸드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상원은 패스트 푸드의 학교내 판매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반(反)비만법 제정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뱃살과의 전면전을 시작한 것이다.
며칠전 우리나라 초등학생 4명중 1명 이상이 비만상태라는 신문보도를 보면서 우리 밥과 김치,된장의 장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쌀이 건강에도 좋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리고,청소년들에게도 우리 전통식단의 우수성을 잘 이해시켜 나간다면 21세기에도 밥,김치 중심의 우리 전통 식문화가 계속 유지될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한국식 쌀밥 전문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런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