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지는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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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이틀째 급락 흐름을 보였다.
최근 수급호전의 주체로 부각됐던 외국인이 매도우위로 돌아서며 640선과 20일선이 무너졌다. 전날 대형통신주 동반 하락에 이어 은행, 신용카드 등 금융주가 급락하며 하락폭을 깊게 만들었다.
미국시장이 탄탄한 상승세를 이었지만 기업실적이 악화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투자심리가 다시 위축되고 있다.
미국증시의 단기 급등으로 과매도 국면이 대체로 해소됐고 이 와중에 유동성 유입에 기초한 기술적 반등 랠리의 수명이 얼마나 남았나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경제지표 불안을 무시한 채 미국 채권가격 급락을 단순히 증시자금 유입으로 연결짓는 시각에 대한 경계감도 감지된다.
종합지수 600선이 무너지는 급락양상으로 이어질 만한 여건이 아니며 따라서 현 지수대는 저가 메리트 인식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기술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690선에 근접하지 못하고 되밀린 상황이라 뚜렷한 상승계기가 없을 경우 기간조정이 길어질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다.
◆ 유동성 점검 필요 = 지난주 급등을 이뤄낸 논리는 과매도권을 인식한 시중 개인 자금 유입과 외국인 매수세였다. 이 자금이 증시를 이탈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경우 상승세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어 왔다.
개인은 지난해 9.11과 유사한 비이성적 급락 상황임을 감지하고 지난 9월 중순이후 1조1,000억원 이상을 증시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이후 주가 상승에 따라 지난주부터 차익실현에 나서며 8,600억원 가량 순매도로 전환한 상황.
일단 22일 외국인이 대량 순매도로 전환했지만 개인이 1,000억원 이상 순매수에 나서면서 순매수 전환 가능성을 엿보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주가가 최근 이틀간 30포인트 가량의 급속한 조정을 겪으면서 단기 과열이 대체로 해소됐다는 인식이 강화된 것. 이후 개인자금의 증시 참여는 유동성 장세의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며 하방경직성의 보루로 기대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주 금요일 삼성전자의 실적발표시점에서 연중최대인 5,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주가 급등을 유도한 바 있다. 이러한 외국인의 순매수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이머징마켓에서의 낮은 편입비중, 단기 차익을 노린 헤지펀드, 공매도 세력의 숏커버링 등.
최근 미국 주식형펀드의 유출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외국인의 매매패턴을 볼 때도 최근 종목별로 통신, 금융, 전기전자 등으로 돌아가면서 매도와 매수 행보가 교차하고 있어 한정된 자금을 돌리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외국인의 낮은 국내 주식 편입비중을 고려할 때 외국인의 중기적인 비중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의 불투명한 경기전망하에서 외국인의 급속한 비중확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인식이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 리스크관리, 저가매수 병행 = 주가가 이틀째 급락하면서 20일선을 하향이탈하자 경계감이 부쩍 높아졌다. 지난주까지 이어진 국내외 기업체의 실적 호조 흐름이 맥을 잇지 못하고 있고 향후 4/4분기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소비위축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연말 수출 전망도 내려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혹이 새로운 리스크로 부각됐고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국 불안 변수도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제반 위험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600선 초반에서의 지지 가능성은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시 주변의 풍부한 자금이 저가 매수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고 경기부양을 위한 전세계적 정부차원의 대응책에 대한 기대감도 주시해야할 주요 변수로 언급되고 있다.
중기적인 매수로 대응하기 보다는 저가매수와 함께 목표수익률을 낮게 가져가는 단기적 대응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급등이후 급락이라 투자심리 냉각이 불가피하지만 특별한 이유보다는 기술적 등락으로 본단”며 “최근 흐름이 깨진 것으로 보지는 않으며 620~630정도에서는 저가매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폭락상황으로 가기에는 특별한 악재가 없어 조정 마무리 기대가 있다”며 “미국시장도 유동성으로 올라가는 모습이며 특별히 나쁘지 않아 상승폭이 커질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SK증권 김준기 시황팀장은 “반등국면이 끝난 것으로 보지 않지만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은 생각해봐야 한다”며 “630선 부근에서 매수가 가능해 보이며 채권가격이 내리고 있어 지난 8월 반등때보다 상황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