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문화의 만남] 기업들 '문화예술' 지원 활기

IMF 외환위기 이후 주춤했던 기업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기업들이 후원하는 수준 높은 문화행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의 보존과 보급에 힘쓰는 기업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문화예술지원 액수는 약 9백30억원으로 전년도(6백26억원)에 비해 3백억원 이상이나 늘어났다. 지원건수는 1천45건으로 전년도(1천50건)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건당지원액수는 8천9백만원으로 전년도(6천만원)보다 50% 가량 증가했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문화예술 활동 지원, 즉 메세나 활동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메세나가 문화예술계는 물론 기업에도 '플러스효과'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문화예술 활동지원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문화예술계 자체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기업 외부의 일반인들에게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 준다. 기업 이미지 제고는 바로 기업활동의 용이성으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기업간 유대관계 증진과 투자유치 가능성 제고로도 연결된다. 이와 함께 기업내부의 조직원들에게는 '좋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인식과 조직을 활성화시키고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준다. 이는 생산성 증대와 신규직원 확보 및 유지, 조직문화 고양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기업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성공한 사례는 많다. 삼성전자의 경우 90년대 후반 프리미엄급 냉장고와 TV를 출시하면서 '지펠' '파브' 란 이름을 내건 음악회와 디지털 콘서트를 열어 중상류층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 독립국가연합(CIS) 총괄법인은 92년부터 러시아 볼쇼이극장에 극장운영에 필요한 재정 일부와 관련 상품을 지원, 그 나라 문화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LG전자는 프리미엄급 디오스냉장고와 액스캔버스 TV를 출시하면서 디오스고객을 위한 음악회를 열거나 난타공연, 장한나 콘서트, 호두까기 인형 패션쇼 등 각종 공연들을 재정적으로 후원했다. 태평양은 글로벌브랜드 '아모레 퍼시픽' 출범과 함께 상하이방송교향악단과 첼리스트 요요마 내한 공연을 지원했다. 서방세계에 잘 알려진 요요마의 공연은 동과 서, 몸과 마음의 조화라는 아모레 퍼시픽의 브랜드 컨셉트와 일치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태평양은 앞으로도 사랑과 평화, 화합과 조화 등 자사 브랜드와 어울리는 문화예술 작품을 후원할 방침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스폰서십 형태로 각종 메세나 활동을 전개했다. 국립극장의 '토요문화광장', '파리나무십자가 합창단' 내한 공연, 용산가족공원에서 열린 '로렌스 제프리스 조각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개관기념 '21세기 현대미술의 여정' 등이다. 또 한국도자기는 20여년동안 '서울 현대도예공모전'을 후원해 왔다. 도예인의 육성과 도예기술을 지원하는 도자기 회사로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다. 대상은 지난 10여년간 전주대사습 놀이를 후원하고 있다. 수상자들을 해외 박람회장에서 공연토록 함으로써 '청정원' 등 한국적 상품을 생산하는 대표 기업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외국과 비교해 볼때 우리나라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이 아직은 일부에 국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메세나운동의 활성화를 위해선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이 '자선'이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문화정책 개발원 양현미 연구원은 "메세나 활동은 기업 이미지를 좋게 해주는 간접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매출증대와 기업내 조직문화의 선진화를 이루는 직접적인 성과를 가져온다"며 "메세나는 21세기 기업경영에 필수적인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이라는 인식이 빨리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