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先핵포기' 거부] '한반도 정세 파장.전망'
입력
수정
북한이 25일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제의함에 따라 북한 핵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양국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북한의 제의가 27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에서 북한 핵문제를 놓고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북한은 핵개발을 먼저 포기해야 협상할 수 있다는 미국의 주장을 정면으로 거부해 향후 대화를 통한 원만한 북한 핵사태의 해결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갈등 관계가 발생할 경우 의례적으로 비난 성명을 내놓지만 이번에는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같은 북한의 반응에 대해 미국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 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이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5일 새벽에 열린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대북 적대정책의 선(先)철회를 전제로 내세운 북한의 입장은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조건부 대화 제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도 그동안 공식 브리핑을 통해 "북한은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핵무기 제조 프로그램을 해체해야 하며,그것이 북·미관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무조건 핵개발 포기를 포함해 미국이 제시한 원칙에 얼마나 부응하는지를 지켜본 뒤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 현재 입장이다.
북핵을 둘러싼 북·미간 갈등이 장기화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같은 미국의 자세로 봐서 북한의 담화는 사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부시 행정부내 대북 강경론자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불가침 조약 제의는 27일 예정된 한·미·일 정상회담에 던지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메시지가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8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확인된 북측의 입장을 바탕으로 북·미 대화의 중재 역할을 하려고 하는 한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할 수 있다.
북한의 입장이 명확하게 확인된 뒤 처음으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은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