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 사피엔스 .. 실생활로 다가온 로봇공학
입력
수정
케빈 워웍은 자신의 팔 신경섬유에 칩을 연결하려고 한다.
이 칩은 연결된 신경에서 나오는 신호들을 무선을 통해 하드디스크에 저장한다.
그는 자기 아내의 팔에도 같은 칩을 이식해 네트워크를 통해 아내와 감각의 일부를 공유하려고 한다.
고압선에 감전돼 오른쪽 팔꿈치를 절단한 밥 굿맨은 근육전기 의수로 요리도 하고 집안 일도 한다.
이 의수에는 근육을 수축할 때 나오는 전기를 이용하는 모터가 달려 있다.
그는 신경계가 이 새로운 의수에 맞게 빠르게 적응하는 것을 보고 놀란다.
사실 우리 주위에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개조 인간,즉 사이보그들이 양산되어 있다.
인공 심장박동기,유방이나 남근의 삽입물,인공 관절 등을 생각해보면 이미 초기 사이보그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궁극적으로 뇌를 제외한 우리의 신체를 모두 인공 장기로 대체하고 뇌의 전기적 신호로 장기들을 제어하는 반불멸의 인간이 탄생할 수 있을까.
인간 의식이 로봇으로 재현될 수 있을까.
'로보 사피엔스'(페이스 달루이시오 지음,신상규 옮김,김영사,2만4천9백원)는 권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다가와 있는 로봇공학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앞의 이슈들과 함께 유명한 로봇 개 아이보,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지네 로봇,벌레 로봇,물고기 로봇,경비 로봇,탐사차량 로봇,비행 로봇 등 1백대 이상의 로봇을 대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로봇 공학자들의 위트와 인간적인 면모,로봇 지능의 한계에 관한 전문가들의 생각도 관찰할 수 있다.
피터 멘젤의 생생하고 풍부한 사진들도 이 책의 중요한 볼거리다.
우리는 1980년대에 인공지능이 겪었던 과장의 역사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때는 10년만 지나면 인간과 똑같은 지능과 능력을 가진 프로그램이 출현할 것처럼 법석을 떨었다.
인공지능은 기술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저널리즘 특유의 오버액션과 일부 이벤트성 연구자들이 조성한 비현실적 기대감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로봇공학도 어느 정도 유사한 상황을 겪은 셈인데 이 책은 과장된 낭만을 배제하고 현장을 차분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간혹 언젠가는 로봇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게 될 것이라는 과장된 메시지 같은 것도 보이지만 이 책의 전체 기조는 그러한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
로봇공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아니라 인터뷰 중심의 책이어서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들지만 흥미 있는 것 위주로 골라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문병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