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겨울전쟁'] (기고) 이종기 <디아지오코리아 마스터블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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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 위스키는 일반적으로 숙성연도에 따라 주령이 3~8년인 제품을 스탠더드급,12년 이상인 제품을 프리미엄급,15년 이상을 슈퍼프리미엄급이라고 한다.
요즘 한국에서 소비되는 양주의 대부분은 스카치 위스키이며 그중 90% 이상이 프리미엄급 및 슈퍼프리미엄급이다.
한국인들은 최고급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급주를 마시는 방법은 고급스럽지 못하는 평이 많다.
마치 물이나 소주를 마시듯 마셔버린다.
기왕 비싼 돈을 내고 마시는데 최대한 값어치 있게 마셔야 하지 않을까.
고급 위스키를 마시는 이유는 아마도 향이 감미롭고 맛이 부드러우며 뒤끝이 깨끗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병모양과 디자인,술 색깔 등 심미적인 요인도 제품을 선택하는 요인이 된다.
가장 즐겁게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 오관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보통 증류주의 품질을 감별할 때는 알코올 농도를 20도로 희석한다.
알코올 도수가 너무 높으면 후각이 쉽게 마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보다는 얼음조각을 적당히 넣은 온더럭스(On the Rocks)로 마시거나 찬 생수 또는 소다수와 섞어 마시는 것을 권하고 싶다.
우선 잔에 따른 술의 색깔과 투명도를 보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맛보자.
다음 잔을 코끝에 대고 술에 올라오는 감미로운 향을 즐기자.
마지막으로 입속에 퍼지는 맛을 음미하면서 술이 목으로 넘어갈 때의 부드러운 촉감을 만끽하자.
이 순서로 마시는 데는 불과 1~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뒤에 서서히 오르는 술기운과 입속에 남은 부드러운 촉감은 술 마시는 기분을 몇배로 즐겁게 해줄 것이다.
이런 고급 위스키의 그윽한 품격에 어울리는 안주는 당연히 위스키의 향과 맛을 돋보이게 하는 음식일 것이다.
위스키의 향을 평가하는 용어는 꽃과 과일에서 유래된 것이 많다.
과일의 향기와 맛은 위스키에 잘 어울린다.
또 아몬드 같은 실과류와 어포 육포 등은 향과 맛이 담백해 위스키의 향미를 풍부하게 한다.
다소 기름을 사용한 음식과 고기,간을 들인 생선류,땅콩 등을 사용한 음식도 잘 어울린다.
간혹 가짜 위스키 시비가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평소 위스키를 마실 때 오관을 전부 동원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가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 술병의 상태를 잘 관찰해야 한다.
병마개나 캡씰(밀봉재료)이 제대로 되어 있는 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
가짜는 진짜보다 캡씰 등이 조악하게 돼 있다.
믿는 술집이면 몰라도 모르는 술집인 경우 병두껑이 따져 있는 술을 받아서는 안된다.
친절함 속에 가짜 술이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
또 맛과 향을 음미해 두었다가 평소와 다른 맛이 나면 가짜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폭탄주를 만들어 마신다면 가짜를 절대로 구분할 수 없다.
가짜는 아무래도 맛과 향이 밋밋하다.
평소 음미하면 가짜를 구분하기란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