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경제 우선과제 .. 文輝昌 <서울대 교수.국제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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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외국에서 본 한국경제는 놀랄 정도로 잘 돌아가고 있는 데,실제로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기업들은 한국의 경영환경이 아직도 멀었다며 불평이 많다.
우선 IMF가 한국경제는 위기에서 벗어나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미국 비즈니스 위크,일본 노무라 연구소 등 외국의 유수 언론 및 연구소들이 모두 한국의 경제발전을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경쟁력평가기관들도 한국의 등급을 상향조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외국기업들은 평가를 달리한다.
홍콩 싱가포르 일본 중국 등과 비교한 여러 조사에서 외국기업들이 평가한 한국의 경영환경 성적표는 대부분 꼴찌에 머무르고 있다.
더욱이 외국기업인들은 한국이 경영환경뿐 아니라 살기에도 나쁜 곳이라며 혹평하고 있다.
외국기업인들이 본 한국의 이미지가 경제성적표에 걸맞지 않게 낮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산업정책연구원과 국제경쟁력연구원은 68개 주요국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는 데,여기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필자는 이 연구에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이 연구에서는 한국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심각한 요소로 노사분규와 정부간섭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사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노사문제를 근본적으로 잘못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경쟁체제에서는 우리 노동자들의 경쟁상대는 우리 경영자가 아니라 경쟁상대국인 대만 말레이시아 또는 싱가포르의 노동자들이다.
우리 노동자들이 그들과 비교해서 임금대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주5일 근무가 아니라 4일 근무도 상관 없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서구의 여러나라가 70년대에 겪었던 노동운동보다 더욱 과격해질 가능성이 있다.
서구에 비해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해서 노동자들이 실업의 위기감을 더욱 절박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우리의 경제 발전 초기에 희생과 봉사를 강요 받았던 노동자들이었기에 지금은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절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공감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제경쟁이라는 냉엄한 현실이다.
어쨌든 우리 노동자들이 경쟁상대인 외국의 노동자들보다 생산성이 낮다면 노동자와 기업 모두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노사문제 또는 주5일 근무제 등의 근본적 해결은 노사간의 적절한 타협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이다.
한국경제의 또 다른 심각한 문제점은 정부간섭이다.
미국의 무역대표부는 매년 주요국의 무역 및 투자에 관한 규제사항을 열거하고 있는 데 한국과 관련해 몇가지 예를 들어 보자.
우선 한국은 홍콩 싱가포르에 비해 세금이 매우 높다.
또한 각종 규제로 인해 외국인들이 사업하는 데 장애가 많다.
사실 한국정부는 지난 수년 동안 숫자상으로는 규제철폐에 있어 많은 성과를 보였으나 아직도 불필요한 규제가 많다.
외환거래의 경우 현재 대부분의 거래가 자유화됐지만 실제로는 일정금액 이상의 송금은 모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활동에 불편이 많다.
또한 농산물과 같이 예민한 품목은 수입자유화 후에도 통관 기간을 늘림으로써 수입업자들을 못살게 굴고 있다.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이 대부분 3,4일이면 될 것을 한국에서 통관하려면 10∼18일이 걸린다고 한다.
광고 스크린쿼터 등에서도 외국인들이 보기에 매우 언짢은 규제들이 남아 있다.
한국경제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노사문제와 정부간섭이라고 했다.
둘 다 고질병이긴 하지만 잘만 생각하면 쉽게 해결할 수도 있다.
발상의 전환으로 노사문제는 타협이 아닌 생산성 향상으로 해결하고,규제철폐는 외국인들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노사문제 해결로 외국으로부터 투자가 많이 들어오고,규제철폐로 외국기업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우리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못하면 외국기업뿐 아니라 우리기업도 다른 나라로 나가버릴 것이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