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부도덕경영의 교훈 .. 이나모리 카즈오 <교세라 명예회장>

최근 유키지루시 니혼햄 미쓰이물산 도쿄전력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에서 불상사가 빈발,기업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이같은 현상이 침체에 빠진 일본경제를 압박하면서 사정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일본 경제를 떠받쳐 온 것은 기업이며,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경영자다. 지금까지 그러한 경영자의 자질로서는 '재능'이 중시돼 왔다. 재능이 넘치고 현저한 공적을 쌓은 사람이 사장 등 최고경영자로 임명되고,기업과 사회로부터 후한 예우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이제는 재능과 같은 기준만으로 경영자를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재능을 바탕으로 성공한 경영자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한 나머지 실패의 길을 걷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일수록 그 힘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인격'이라는 것이며,그 인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철학과 종교 등을 통해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사는 법'을 끊임없이 배우고 터득하지 않으면 안된다. '재능' 넘치는 경영자에게도 '인격'이 소중하다는 인식과 철학과 종교에 대한 나름대로의 지식은 있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한다는 것은 다르다. 수 많은 경영자가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사는 법'등은 한번만 배우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이를 자신의 피와 살이 될 때까지 반복해 배우려 하지 않는다. 때문에 자신의 재능에 발목이 잡혀 화를 자초하는 경영자가 속출하는 것은 아닐까. 운동선수가 매일 훈련하지 않으면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것처럼 잠시도 마음가짐을 추스르지 않으면 인간은 금세 타락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사는 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고매한 철학과 종교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모두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스승으로부터 '욕심 부리지 말라''남을 속이지 말라''거짓말 하지 말라''정직해라' 등의 가장 기본적 규범을 가르침 받고 있다.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사는 법'은 이미 그같은 가르침 속에 제시돼 있는 것이 아닐까. 우선은 그같은 단순한 가르침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그것을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이다. 대기업의 사장들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지면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자신에게 실례'라며 일축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대기업의 리더가 원시적이고 기초적인 가르침을 지키지 못했거나,이를 사원들에게 준수하도록 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업불상사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앞에 언급한 유키지루시 등에서는 기업실적에 영향을 줄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욕심을 내면서' 이익을 앞세웠다. 또 그같은 사실이 발각됐을 때 '거짓말을 하고''사람들을 속이며' 사실 은폐로 치달은 것이 아닐까.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버블경제 전성기시절 교세라에는 사업으로 번 거액의 현금과 예금이 가득했다. 따라서 은행 등에서는 값이 치솟고 있는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권유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욕심 부려서는 안된다'는 아주 기초적인 가르침을 따라 부동산투자는 전혀 하지 않았다. 당시 나의 그같은 완고한 자세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로부터 비판대상이 됐다. 그러나 교세라는 결과적으로 버블붕괴의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을 계속할 수 있었다. 기업통치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도의 관리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견이 있지만,나는 그보다도 앞서 말한 '욕심 부리지 말라' 등과 같은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사는 법'을 제시했다. 단순하고 기초적인 가르침을 먼저 경영자,간부 자신이 철저히 지키고 이어 사원들에게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최근 발각된 기업불상사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고,일본 사회에는 아직 많은 부정이 감춰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윤리관을 확립하고 그것을 지키도록 하는 아주 진실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일본 재생을 위해 해야 할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그같은 길이 까마득히 멀게 보일지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