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동차산업 정책방향 .. 朱尤進 <서울대 교수.경영학>

최근 GM-대우차가 신설법인으로 출범함으로써 5년여 진행돼 온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 자동차산업은 지난해 제조업 노동인구의 10%를 고용했고,1백2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으며,국세의 16%를 감당하면서 국가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적극 배려해야 하는 데,경영 환경은 오히려 자동차회사들로 하여금 한국을 떠나게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은 '제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지목되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앞다투어 중국으로 옮겨 가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국민소득은 줄어들 것이며,실업 증가로 인한 사회문제는 늘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자동차산업의 발전은 이제 개별 산업의 수준을 넘어 국가 경제의 흥망을 좌우하는 중요한 이슈가 되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도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정책이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 남부의 주정부들은 세제혜택,교육비 지원,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으로 외국 자동차회사의 공장들을 잇달아 유치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디젤승용차 장려정책을 통해 자국 자동차산업의 부흥기를 가져왔다. 그러면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어떠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할까. 첫째,노동의 유연성을 보장하는 노동정책을 들 수 있다. 자동차산업은 경기사이클이 심한 산업이다. 그러므로 회사가 경기 상황에 따라 인력을 신축적으로 배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본 닛산자동차의 경우 1999년 65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보았으나 대대적인 감원 및 부품가격 인하로 이듬 해에는 27억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산업별 형평성을 보아도 대부분 서비스업종에서는 임시직 채용이 쉬워 인력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지만,자동차산업만큼은 '회사가 부도 나기 전에는 구조조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노동의 유연성이 없다. 둘째,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자동차회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정거래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자국의 메이커를 보호하고,'바이 코리아'를 장려하는 것이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보호 정책이 자국의 메이커로 하여금 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다 같은 유럽 국가이지만 프랑스 정부는 자국 자동차회사를 보호하는 여러 제도를 철폐한 것이 오히려 푸조자동차와 르노자동차를 강하게 했다. 반면 이탈리아 정부는 일본 자동차 수입을 막아 자국의 피아트자동차를 보호하려 했지만,그 결과 피아트는 국제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해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셋째,자동차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균형적인 환경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은 현재 디젤승용차 등록을 금지하고 있는데,이는 세계적인 기술 트렌드에 맞지 않는 정책이다. 그동안 디젤엔진이 대기 오염의 주범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고압분사식(커먼레일) 디젤엔진은 연비가 좋고,가스 배출량이 휘발유엔진보다 적어 오히려 환경친화적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커먼레일 디젤승용차를 불허하기보다 재래식 디젤엔진차량에 대한 가스배출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환경보호를 위해 더 바람직하다. 물론 커먼레일 디젤엔진은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휘발유보다 많이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디젤승용차는 기술적인 대세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허용해 우리 자동차회사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IT 및 서비스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도 자동차산업만은 유지하는 이유는 자동차산업의 고용효과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산업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자동차산업의 지속적 발전만이 한국 제조업,나아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지켜 줄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국민은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자동차산업과 관련된 정책을 보아야 한다. wchu@car123.co.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