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포교 30년 내원정사 정 련 스님 .. "나뭇잎 하나도 모두 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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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구덕운동장 뒤편 구덕산 자락의 내원정사는 한국에서 가장 불심(佛心)이 깊다는 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도심포교 사찰이다.
연중 기도와 목탁소리가 끊이지 않는데다 시민들을 위한 교육,포교불사에 매진하고 있는 절로 유명하다.
다음달 5일로 창건 30주년을 맞는 내원정사 주지 정련(定鍊·62) 스님의 반응은 그러나 덤덤하다.
"1천3백년이나 되면 몰라도 30년 된 걸 갖고 뭘 이야기하겠어요.
그냥 하던 대로 열심히 하고 더욱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지요."
하지만 내원정사의 살림살이를 보면 무덤덤하게 넘기기 어렵다.
지난 72년 시주받은 땅 1천여평에 천막을 치고 시작했던 절이 4만여평의 임야와 5천여평의 대지에 대웅전과 종루 요사채 등을 두루 갖춘 큰 사찰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전국 최대 규모의 내원정사 유치원을 비롯 다양한 교육·복지사업을 벌이고 있다.
우선 지난 85년 설립된 '내원정사 유치원'은 정원이 6백명에 이르는 대규모다.
규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 유치원의 교육내용이다.
여느 도심 유치원과 달리 구덕산 자락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인성 및 생태교육과 전통문화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80여종의 전통놀이와 콩나물 콩 참깨 등 농작물 재배,다도 배우기,음식 만들기 등이 아이들의 일과다.
'교실에서 벗어나자'가 유치원 교사들의 구호일 정도로 체험학습이 몸에 뱄다.
"진짜 우리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고구마나 감자를 심어서 캐먹고 상추도 길러 보는 게 진짜 교육입니다.
그러니 풀 한 포기,나뭇잎 하나도 다 교재가 되지요.
처음엔 산자락에 유치원을 만든다니까 다들 걱정했지만 지금은 부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치원이 됐습니다."
정련 스님은 학부모들에게 "영어 한마디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면 아이를 데려가라"고 나무란다.
대신 아이들의 생태교육을 위해 3억원을 들여 1천3백여평의 야생화 밭에 2백여종의 야생화를 가꿀 만큼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석암장학회를 설립해 2천여명의 초·중·고교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온 일이나 몰운대 종합사회복지관 및 함지골 청소년수련원,중구 청소년 문화의 집,합천 청소년수련관 등의 운영은 일개 사찰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최근에는 거제도의 중증장애인 복지시설인 '반야원'과 중·노년층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내원 시니어클럽'도 만들었다.
"교육이든 복지든 그 지역의 문화와 주민들의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영도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신도들에게 다 맡겨놓습니다.
그러면 다들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해요."
이래서 정련 스님이 다른 일을 할 수 있구나 싶다.
지난 56년 석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정련 스님은 조계종 총무부장과 포교원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민족공동체 추진본부장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을 만큼 대외 활동에도 열심이다.
내원정사는 다음달 4일 오후 5시30분 신효범 김성녀 김영임씨 등의 가수와 국악인을 초청,산사음악회를 여는 것으로 창건 30주년을 기념할 예정이다.
부산=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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