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모두 商人" .. '중국인의 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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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문가인 강효백씨는 오늘의 중국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중국땅은 온통 시장이고 중국인은 전부 상인들"이라고 한다.
지금 중국인들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가 '장사를 잘 해서 잘 먹고 잘 사는데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강씨는 "중국인은 상인종(商人種)이라고 부를 만도 하다"고 말한다.
강씨가 쓴 '중국인의 상술'(한길사, 1만2천원)은 설날 인사를 '공시파차이(恭喜發財.부자 되세요)'라고 주고받는 중국인들의 상인 기질과 상술, 그들의 성공비결과 경영전략을 소개한 책이다.
특히 중국 경제발전의 4개 핵심지역인 광둥, 상하이, 베이징, 창장(長江) 델타 등을 경주마의 특성에 대비시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경마장의 경주마는 주행 습성에 따라 출발선부터 기선을 잡는 선행마, 도망치듯 달리다 추월당하면 쉽게 전의를 상실하는 도주마, 경기 초반에 두세번째로 달리며 1등을 노리는 선입마, 막판 뒤집기를 잘하는 추입마(追入馬), 기수의 솜씨와 전략에 따라 자유롭게 힘을 발휘하는 자유마 등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본다면 중국의 개혁.개방 20년을 이끈 광둥은 선행마, 중국 제1의 경제도시 상하이는 자유마, 창장 델타는 선입마, 베이징은 추입마에 비유된다.
그만큼 지역별 상업문화와 상술도 큰 차이를 보인다고 강씨는 분석한다.
예컨대 광둥 상인에게 정치 이야기를 했다가는 얼치기 상인으로 취급받기 쉽지만 같은 이야기를 베이징에서 잘만 한다면 우국충정이 충만한 거상으로 승격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광둥 상인은 중국 상인중에서도 핵심만 골라 모은 '순종'이라고 한다.
그들은 돈을 버는 능력을 인품으로 본다.
불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등 기성 종교조차 기복신앙으로 바꿔 버렸을 정도다.
상하이 상인들이 상업윤리의 범위 내에서 품격을 잃지 않고 돈을 벌려는데 비해 광둥 상인의 상당수는 검은 수단과 방법을 뜻하는 '흑도(黑道)'도 마다하지 않는다.
산둥 상인은 사람을 평가하는 두 가지 기준으로 신용과 정직을 꼽을 만큼 양심을 지킨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칭다오 맥주가 정작 칭다오에서는 인기가 없자 내걸었던 마스터 플랜이 이를 말해준다.
지난 96년 칭다오 맥주는 시민들에게 그 달에 생산된 신선한 맥주를 마시게 해준다고 약속했다.
좀 더 지나서는 그 주일에 생산된 맥주를, 나중에는 당일 생산된 맥주를 제공하겠다고까지 했다.
곧이어 칭다오 맥주는 본사 직영 호프집 2백여개를 개설, 공장에서 방금 생산된 맥주를 실어 날랐고 곧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베이징 상인은 통이 크고 정치지향적이다.
때문에 베이징 상인과 거래할 땐 관료냄새를 풍기거나 정치지도자와의 막역한 관계를 과시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어느 정도의 체면과 무게, 거드름도 필수다.
이 책은 이같은 지역별 상술의 특징과 동인당, 루비쥐(六必居) 등 대표적인 중국기업과 기업인들의 성공비결도 소개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기업인 루비쥐가 5백년 가까이 활발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전통을 잘 지키면서도 과감하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이노베이션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전한다.
친인척 채용을 철저히 배제한 창립 규장(사규)도 5백년 장수비결로 꼽히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