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대륙의 최고 권력자 ..'장쩌민'
입력
수정
"양쪽 해안에는 원숭이 울음소리 그치지 않는데 일엽편주는 이미 첩첩산중을 지나고 있구나(兩岸猿聲啼不住,扁舟已過萬重山)."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월23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에서 열린 만찬에서 이런 내용의 시를 읊었다.
이백(李白)의 시 '아침 일찍 백제성을 떠나며(早發白帝城)'의 한 구절이다.
중.미 관계가 긴장 국면에서 벗어났다는 홀가분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자작 시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던 장쩌민은 평소 고전을 인용해 정치 현안에 대한 심중을 드러내곤 한다.
'장쩌민'(최준명 감역, 형선호 옮김, 한국경제신문, 1만5천원)의 저자 브루스 질리에 따르면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장쩌민은 젊은 시절 치열한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공산당에 입당한 것도 취업하는데 유리하다는 점과 동료의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신봉했으며, 과학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서구 부르주아적 인식을 받아들였다.
이런 성향 때문에 젊은 시절 그는 한 번도 관직에 오르지 못했지만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이 중국의 핵심구호가 되면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국제경제 경험과 외국어 실력을 겸비한 장쩌민은 중국의 새 지도자로 급부상했고 '천안문사태 해결을 위한 임시지도자'라는 세간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는 중국 사회주의의 이상을 추구하던 공산당 원로들과 중국의 경제발전을 선도한 젊은 개혁세대를 함께 끌어안고 오늘의 중국을 만들어 왔다.
이 책은 중앙 정치무대 경험이 부족하고 군부의 지지기반도 미약했던 장쩌민이 어떻게 13억 중국 인민의 최고 권력자가 됐는지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덩샤오핑 리펑 차오스 첸지천 주룽지 등 중국 핵심 인물들과의 관계도 상세히 묘사해 중국 지도층의 내막을 엿볼 수 있다.
장쩌민은 오는 8일 열릴 중국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16大)에서 제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에 권력을 이양할 예정이지만 그의 영향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