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가능성 '논란' .. 내년 중반께 부동산값 폭락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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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 '디플레이션 논란'이 일고 있다.
향후 약세장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코노미스트나 투자전략가들은 한국경제가 내년 중반 이후 디플레이션(물가하락속 경기침체)국면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면서 논쟁에 불을 댕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약세장이 장기화되면서 나오는 공상에 불과하다"며 디플레이션 주장을 일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고개 드는 디플레이션 가능성=모건스탠리 아·태지역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셰는 최근 "이르면 내년 중반께 부동산 가격의 폭락과 함께 한국에도 디플레이션이 찾아올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무역의존도가 국내총생산(GDP)의 83%나 차지하는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디플레이션 경향에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인 원화의 평가절하는 일본 등의 반발로 어려운데다 저축률 하락에 의한 내수 증가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란 설명이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자문운용본부장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따른 생산성 증대와 과잉공급 △저임금에 기반한 중국 제품의 세계 시장 진출 △인터넷 등 통신수단 발전 등으로 물가는 갈수록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디플레이션이 도래할 경우 이의 영향을 덜 받는 기업들 위주로 주식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수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수도 가스 전력 등 유틸리티 관련 기업,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기업,현금이나 우량 채권의 비중이 높은 기업 등이 그것이다.
반면 빚이 많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경쟁에 노출된 기업 등엔 투자를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플레이션 주장은 기우(杞憂)=아직 대다수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래에셋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현실적인 거시경제에 대한 분석이라기보다는 지속되는 약세장에서 비관론자의 논리적 비약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디플레이션이 오기 위해선 공급 과잉 상태와 함께 급격한 수요 위축이 동반해야 되지만 아직 그럴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도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는 △한국의 내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고 △신세대를 위주로 왕성한 소비력을 보임에 따라 소득 증감에 대한 소비 변화가 적어지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홍 부장은 "코스닥기업 등 정보기술(IT) 분야의 구조조정이 올 연말 이후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며 "이는 IT분야의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리츠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기술 혁신에 의한 신수요 창출이 일어나며 2005년께부터는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적 디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