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PGA 투어챔피언십 3R] 최경주 "우즈 별거 아니네"
입력
수정
"타이거 우즈가 대선수이긴 하나 해볼만 했다.'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2002 미국 PGA 투어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한국 골퍼로는 처음으로 세계 남자골프 랭킹 1위 타이거 우즈(27·미국)와 함께 라운드한 최경주(32·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의 소감이다.
최경주가 전해온 우즈의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우즈와 라운드한 소감
분위기가 좋았다.
투어 정상급인 일부 선수들은 나와 함께 플레이하게 되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걸어오기도 하지만,우즈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나 자신도 그동안 두 번 우승하면서 여러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전혀 긴장하지 않고 플레이했다.
우즈와 처음으로 한 조에 편성됐지만 '어느 누구와 플레이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우즈의 매너는
최고의 선수답게 깨끗했다.
보통 라운드 중에는 선수들끼리 많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즈는 중간중간에 "시즌이 끝나고 한국에 가느냐? 또 다른 경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이달 말 일본 던롭피닉스대회에 나간다"고 말하자 다시 "그러냐.나도 간다.
그 대회에는 나뿐만 아니라 듀발,가르시아 등 톱랭커들이 많이 나가는데 좋은 대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즈는 17번홀을 비롯해 내가 어렵게 파를 잡으면 'good save'라고 격려해 주었다.
◆우즈의 골프는
무조건 거리에 집착하지 않았다.
요컨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거리를 남겨 두고 티샷을 날렸다.
그가 3번 우드나 2번 아이언 티샷을 많이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즈가 좋아하는 거리는 1백50∼2백야드였다.
우즈는 그 거리만 남기면 대부분 샷을 버디 기회로 연결했다.
미들 아이언인 8∼5번 아이언 클럽이 우즈의 '사정거리'였다.
◆우즈와 거리 차이는
오늘 한 라운드만 가지고 평가하기는 무리지만 똑같이 드라이버를 잡았을 때 나보다 우즈가 15야드는 더 날렸다.
(실제 이날 드라이버샷 거리 공식통계는 우즈가 평균 2백96야드였고 최경주는 2백80야드였다)
◆갤러리들은
우리 조를 처음부터 따라 다닌 갤러리들은 3천∼4천명이었다.
물론 매 홀 그린 주위에서 선수들을 관찰하는 고정 갤러리들은 별도다.
오늘 느낀 것은 '우즈를 따라 다니는 갤러리들은 관전 수준도 역시 높다'는 것이었다.
존 데일리나 필 미켈슨하고도 플레이해 보았는데 그때의 갤러리들하고는 달리 통제가 잘 됐다.
우즈뿐만 아니라 내가 샷을 날릴 때도 많은 격려를 해주었다.
경기 후 대략 2백명한테 사인을 해주었는데 팔이 빠지는 줄 알았다.
◆올 시즌에 대해
대만족이다.
'great year'라고 표현하고 싶다.
투어 공식대회는 이번이 끝이다.
11월 넷째주에 일본 대회에,12월 중순 국가대항전인 월드컵에 나갈 계획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